[뉴스토마토 김종서 기자] 역대급 적자 위기에 놓인 한국전력공사가 정부에 3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공식 요청했다. 물가 상승과 가스비 인상에 더해 가계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요금 인상폭 확대 협의까지 제안 것으로 확인돼 정부 수용 여부가 주목된다.
한전은 1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에 연료비 조정단가 3원 인상을 골자로 하는 3분기 전기요금 인상안을 전달했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 기후환경요금, 연료비 조정요금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분기마다 변동될 수 있는 연료비 조정단가를 상한선인 키로와트시(KWh) 당 최대 3원까지 인상 요구한 것이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안은 한전의 경영부담 해소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읽힌다. 한전은 올해 1분기에만 7조7869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이는 지난 해 전체 적자액 5조8601억원보다도 약 2조원 많은 규모다.
단가 조정으로 적자폭을 줄여나가겠다는 계획인데, 현재 상한선까지 인상하더라도 급등하는 연료비 원가 상승요인을 감당할 수 없다고 한전은 보고 있다.
이에 한전은 단가 인상과 함께 인상 상·하한선을 확대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현재 분기당 3원, 연간 상한 5원으로는 국제 연료가격을 반영한 전기요금 정상화 및 재무위기 극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한전 측 입장이다. 다만 한전은 구체적인 인상폭을 제시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전은 또 3분기 연료비연동제 정상 운영 외 최근 연료비 급등폭을 반영하는 기준연료비 조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기준연로비를 지난해 12월 당시 직전 1개년 연료비 상승을 반영해 조정한 만큼, 올해 상반기 연료비 지속 급등세를 반영한 기준연료비 재산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비상시 유보 등으로 회수하지 못한 연료비 미수금 정산과 총괄원가 등 원가 상승요인을 전기요금에 반영해 달라는 내용도 이번 인상안에 담겼다.
정부는 3분기 전기요금 인상안을 협의해 오는 21일 인상 여부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국민 부담을 의식,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자구책 수립에 나서고 있다.
한전은 이날 '전기요금 인상요인 최소화를 위한 재무개선 및 경영혁신 노력' 보도 참고자료를 배포하고 출자지분, 부동산 등 자산 매각 및 해외사업 구조조정 등 총 6조원 규모의 재무개선 목표를 제시했다.
이달 출자지분 2건, 부동산 3건 등 총 1300억원의 자산 매각을 완료, 고강도 지출 줄이기로 예산 1조3000억원을 절감하는 성과를 이미 거뒀다는 게 한전 측의 설명이다.
아울러 필리핀 세부 석탄화력 및 SPC사업 연내 매각 추진, 발전사 보유 해외 석탄광산 공동매각 협의체 구성, 해외 석탄발전 단계적 철수 및 일부 지분 매각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유동성 확보와 조직 효율화, 보유자원 민간 개방 등도 병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공공성 유지가 가능한 선에서 한국가스공사와 지역난방공사 지분을 산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에 양도,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정부와 논의 중이다.
구조조정과 함께 신사업 창출 기회 확대 방안도 구상했다. 전력 데이터를 비롯한 전기요금 청구·수납 빌링플랫폼을 민간에 개방해 신서비스 개발을 촉진, 올해 하반기 신규과제의 약 60% 등 연구개발 정보를 공개해 산·학·연 협력을 활성화할 예정이다.
한전 관계자는 "대표 공기업으로서 국가 경제 위기 상황에 민생부담을 최소화하고 과감한 제도 혁신과 서비스 강화로 고객의 선택권을 넓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전력공사는 연료비 정산단가 3원 인상 등 3분기 전기요금 인상안을 정부에 제출했다고 16일 밝혔다. 사진은 주택가에 설치된 전력량계.(사진=뉴시스)
세종=김종서 기자 guse1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