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가지 말고 더 드세요"…부작용 부추긴 건강보조식품 업체 1억 배상

한기 돌고 수포 터지는데…판매자 “호전반응…병원 가지 마”
판매자 말 믿었지만 끝내 숨져…법원 “사망 인과관계 인정”

입력 : 2022-06-1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건강보조식품 섭취 후 부작용을 호소하는 구매자에게 더 먹어야 한다고 조언한 판매자가 구매자 유족에게 1억원이 넘는 손해배상액을 지급하게 됐다. 법원이 제품 섭취와 구매자의 사망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구매자 유족이 판매자 A씨와 A씨가 대표로 있는 건강보조식품 제조판매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건강보조식품 판매자는 치료 효과나 부작용 등에 관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고객이 긴급한 진료를 중단하는 것처럼 비합리적 판단에 이르지 않도록 고객을 보호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의무를 위반할 경우 판매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며 A씨가 제기한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이 원심판결을 확정하면서, A씨는 구매자 B씨의 유족에게 1억3700만원 상당의 액수를 지급하게 됐다. 
 
해당 건강보조식품 구매자 B씨는 지난 2018년 3월 A씨를 알게 됐고, A씨는 B씨에게 제품에 관해 “핵산을 먹고 면역력이 올라가면 반드시 호전반응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도 고혈압과 뇌졸중, 심근경색, 갑상선기능항진증 등을 앓아 다수의 약물을 장기간 복용하던 B씨는 제품을 구매해 매일 섭취했다.
 
약 열흘 뒤 B씨는 한기를 느끼고 사타구니 통증 등 증상이 있어 응급실을 찾았다. A씨에게도 증상에 관해 문의했다. 이에 A씨는 메시지를 보내 ‘호전반응의 시작인데 반응이 있다는 건 내 몸에 잘 듣고 있다는 뜻이니 걱정하지 마시고 잘 견뎌주세요’라고 답했다.
 
같은 해 4월에는 혼자서 대소변을 해결하지 못하고, 다리에 생긴 수포가 커지다 터져 진물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A씨는 제품이 몸에 잘 듣고 있는 것이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B씨를 안심시켰다. 
 
지인들이 병원에 가라고 권유했지만 B씨는 이를 거부하고 오히려 더 많은 제품을 섭취했다. 며칠 뒤에도 B씨는 수포가 터지고 부어오르고 피부색이 거무스름하게 변했다. 가족이 119에 신고해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 결과 B씨가 괴사성근막염, 급성신우신염으로 인한 패혈증과 장기부전이 발생해 숨진 것으로 판단했다. 
 
B씨 유족은 A씨가 판매한 건강보조식품을 먹고 사망한 것이라며 손해를 배상하라고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원고 패소 판결했다. 제품 섭취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유산균은 이론적으로 패혈증을 일으킬 수 있고 자가면역반응 현상, 염증 반응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하지만, B씨 사망 당시 체내에서는 섭취한 제품에 들어있는 유산균주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B씨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치료하기 위해 메티마졸과 프레드리솔론을 복용하고 있었는데, 프레드니솔론은 면역 기능억제 작용을 하고 장기 복용시 면역 억제 작용에 의해 감영증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유족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원심을 뒤집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B씨에게 ‘제품 섭취로 인한 호전반응이니 병원에서 진단과 치료를 받는 대신 제품을 더 섭취하라’고 거듭 말한 것과 B씨의 병원 진단·치료가 지연된 데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이 사건의 제품은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건강보조식품으로, 질병 예방이나 치료에 효능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A씨는 의료인이 아니기 때문에 전문적 의학 지식이 없으면서도 제품이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고 호전반응은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며 섣불리 판단해 B씨에게 주지시켰다”고 지적했다.
 
다만 “병원에 가보라는 이웃들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건강보조식품 판매자에 불과한 A씨의 말을 그대로 믿었고, B씨가 전에도 다수 약물을 오랫동안 복용했는데 이러한 점이 증상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며 손해배상 비율은 50% 가량으로 제한했다. 당초 유족이 요구한 금액은 약 2억9200만원이다.
 
대법원도 항소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A씨의 보호의무 위반과 진단치료 지연에 따른 B씨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A씨와 A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는 B씨 가족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봤다.
 
서울시 서초구 대법원. (사진=대법원)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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