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멸망하는 세계에도 느리지만 꿋꿋하게 희망을 곁에 두는 10편의 작품이 담겼다. SF 소설부터 순문학, 추리와 스릴러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장르들로 완성된 천선란 작가의 소설집이다. 사이보그, 뱀파이어, 외계인의 이야기를 해온 작가는 반은 염소, 반은 악마인 ‘크람푸스’(흰 밤과 푸른 달)이나, 인간들이 만들어낸 인공화합물을 먹어 치우는 ‘바키타’(바키타)를 등장시킨다. 가상의 ‘노랜드’는 그러나 역설이다. 우리 시대의 보이지 않는 면들을 비춘다.
노랜드
천선란 지음|한겨레출판 펴냄
글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그림의 힘 만으로 288면에 달하는 이야기를 이어가는 장편 그림책. 눈부시게 빛나다가도 금방 햇볕에 녹아 질척이게 되는 눈을 보면서 따스한 온기에 오히려 사라지는 ‘눈아이’를 떠올렸다. 주인공 눈아이는 비정상성을 은유하고, 책은 눈아이를 낳고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우리 사회를 돌아본다. ‘경계 밖의 존재인’ 이가 살아갈 방법은 무엇인지. 비정상성을 끌어안기 위해 필요한 사회의 복지제도가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눈, 물
안녕달 글그림|창비 펴냄
세계적 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최신작이다. 동물의 비행 원리를 진화 과정과 과학적 증거를 풀어나간다. 이카로스 신화부터 익룡으로 시작해 라이트 형제가 세계 최초로 만든 동력 비행기까지 중력을 거스른 지구상의 모든 사건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조류든 비행기든 중력이나 유체 역학처럼 동일한 물리 법칙에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다. 갈비뼈를 늘려 날개 비슷한 것을 만든 날뱀이나 복슬한 꼬리의 다람쥐를 살피며 날개 진화 과정을 설명하는 부분도 흥미롭다.
마법의 비행
리처드 도킨스 지음|이한음 옮김|을유문화사 펴냄
한국인 최초 2022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이수지 작가의 신작. 본작에서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팻 지틀로 밀러와 협업해 ‘소통’에 대해 묻는다. 먼 곳에 떨어져 살아 자주 보지 못하는 책 속의 ‘할머니와 손주’는 다양한 소통 방법을 시도한다. 편지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뚫린 컴퓨터 모니터로 아이가 보이다가 넘기면 할머니 얼굴이 보이는 독특한 구성 방식도 택했다. 팬데믹 시대지만 주인공들의 조바심, 그리움, 사랑은 소통의 ‘창’이 된다.
우리 다시 언젠가 꼭
팻 지틀로 밀러 글|이수지 그림|비룡소 펴냄
어린이 문학계의 노벨상인 ‘뉴베리상’ 올해 수상작이다. 작품은 118편의 시로 쓰인 작품들이 연결성을 지닌 이야기로 한 편의 소설을 이루는 ‘운문 소설’이다. 부모의 기대와 자신이 좋아하는 것 사이 정체성 혼란을 겪는 중학생 아이 시선으로 전개된다. 이 시기 아이들의 혼란과 사랑, 우정을 둘러싼 섬세한 감정들에 대해 깊게 고민하게 해준다. 어느 날 백혈병 진단을 받는 엄마 소식을 듣는 아이는 부정해오던 가족을 돌아본다. 사고가 성숙해지는 과정을 그려낸다.
빨강, 하양 그리고 완전한 하나
라자니 라로카 글|김난령 옮김|밝은미래 펴냄
상위 0.1% 기업가들이 무한대로 기업을 어떻게 성장시켜가는지 인터뷰로 살펴준다. 2017년 에어비앤비 CEO 브라이언 체스키를 시작으로 세계적인 투자자 리드 호프먼,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하워드 슐츠(스타벅스),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등이 거쳐간 팟캐스트 ‘마스터스 오브 스케일’의 5년 과정을 엮었다. 기업 성장장을 위해서는 모든 상황을 고려한 최적 선택보다 빠른 선택이, 100만 사용자보다 100명의 충성 고객이 중요하다는 제언을 건넨다.
마스터스 오브 스케일
리드 호프먼 외 지음|이주영 옮김|인플루엔셜 펴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