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회사가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근로자를 종전 보다 내용이나 처우 면에서 불리한 직무 담당자로 발령 낸 것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유사 사례에서 전직 전후에 차별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을 제시한 첫 판단이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천대엽)는
롯데쇼핑(023530)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전직구제 재심판정 취소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4일 밝혔다.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법원에 따르면, 롯데쇼핑 모 지점 대리로 근무하던 A씨는 2011년 8월 발탁매니저 일을 맡았다. 롯데쇼핑 매니저는 과장급 직원이 담당하도록 돼 있지만 인력수급 상황에 따라 대리급 직원을 임시로 매니저 직책을 맡기기도 했다. 롯데쇼핑에서는 그 직책을 발탁매니저라고 불렀다.
발탈매니저 직책을 맡게 될 경우에는 매월 업무추진비 15만원과 사택수당 5만원이 월급에 추가로 되는데, 대리 직급 직원이 매니저 직책을 맡았다가 다시 '담당'으로 인사발령을 받은 사례들이 전에도 다수 있었다.
A씨는 2015년 6월까지 발탁매니저(생활문화매니저)로 일하다가 1년간 육아휴직을 떠났다. 롯데쇼핑은 과장급 직원을 A씨 자리로 발령 내고 A씨가 복귀하자 대리직급이 맡는 냉동냉장영업 담당으로 전직시켰다.
이에 A씨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이라며 구제신청을 냈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부당전직임을 인정했다. 중앙노동위원회도 같은 결론을 내리자 롯데쇼핑이 결국 소송을 청구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롯데쇼핑의 A씨에 대한 전직행위가 남녀고용평등법 19조(육아휴직)를 위반한 것인지 여부였다. 이 조항은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마친 후에는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 2심은 롯데쇼핑 손을 들어줬다. 인사규정상 매니저 직책은 원칙적으로 과장 이상 직원만 담당할 수 있고, 운영상 발탁매니저를 발령한 일이 있더라도 다시 대리급인 담당으로 인사발령한 사례가 다수 있었다는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월 추가 지급되던 20만원이 줄어든 것에 대해서도 수당 성격과 액수에 비춰볼 때 의미가 없다고 봤다. 이에 중앙노동위가 상고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복귀 업무가 휴직 전 업무와 '같은 업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휴직 전 담당 업무와 복귀 후 담당 업무가 그 업무의 성격과 내용·범위 및 권한·책임 등에서 사회통념상 차이가 없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참가인이 휴직 전 맡았던 생활문화매니저 업무와 복귀 후 맡게 된 냉동냉장영업담당 업무는 성격과 내용·범위, 권한·책임 등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금이 줄어든 것에 대해서도 "단순히 육아휴직 전후 임금수준만을 비교해서는 안 된다"면서 "원심으로서는 임금을 포함한 근로조건과 업무 성격·내용·범위 및 권한·책임 등에서의 불이익 유무를 따져 근로자가 기존 누리던 업무상·생활상 이익이 박탈됐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사발령이 근로자에게 실질적으로 불리한 직무를 부여한 것인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