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 헌재가 지난달 30일 한정위헌 결정은 헌재 권한이라며 대법원 재판 결과를 취소하면서다. 대법원은 법령 해석을 헌재가 통제할 경우 대법원을 최종심으로 하는 심급제도가 무력화되고 권력분립이라는 헌법 원리가 무너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6일 대법원은 “헌법기관 사이 충돌로 국민 불안감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어 즉각 대응하지 않았다”면서도 “대법원은 한정위헌 결정이 법원을 기속할 수 없고 재심사유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고, 이는 확립된 판례”라고 밝혔다.
또 “법령의 해석, 적용 권한은 사법권 본질을 이루는 것이고 법률이 헌법규범과 조화되도록 해석하는 것은 법령의 해석·적용상 대원칙”이라며 “합헌적 법률 해석을 포함하는 법령 해석·적용 권한은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전속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국가기관이 법률 해석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헌법에 규정된 국가권력 분립구조의 기본원리와 사법권 독립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법령의 해석과 적용에 관한 법원 판단을 헌재가 통제할 수 있다고 한다면, 헌재는 실질적으로 국회의 입법작용과 법원의 사법작용 모두를 통제하게 되고 행정재판에 대한 통제과정에서 정부 법집행도 통제하게 되는 것”이라며 “국회, 정부, 법원, 헌재에 독자적 헌법상 권안을 부여하고 견제와 균형을 도모해 국민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법 개정권자의 근본적 결단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또 “대법원을 최종심으로 하는 심급제도를 사실상 무력화해 국민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더라도 여전히 분쟁이 해결되지 못하는 불안정한 상태에 놓일 우려가 있다”며 “최고법원인 대법원 판단에 대해 법원 외부 기관이 재판의 당부를 다시 심사할 수 없고, 이것이 법관에 의해 재판 받을 권리와 사법권 독립, 심급제도를 규정한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법률의 최종적인 해석·적용기관으로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헌법적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법원이 이 같은 입장을 낸 건 지난달 30일 헌재가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법원의 재판을 헌재 심판대상에서 제외한 헌법재판소법 조항 일부 내용이 위헌이라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르지 않은 법원 재판은 헌재가 취소할 수 있다는 취지의 결정을 한 것이다. 헌재가 대법원 재판 결과를 취소한 건 지난 1997년 이후 두 번째다.
서울시 서초구 대법원. (사진=대법원)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