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악재…10대 건설사, 못 받은 공사비 13조 넘었다

현대건설 미청구공사, 3조9470억…매출액 40% 달해
SK에코 미청구공사, 50% 늘어…금리인상에 미분양 '겹악재'
못 받은 공사금액 어쩌나…건설사, 미청구공사액 올해 21%↑

입력 : 2022-08-25 오전 7:00:00
둔촌주공 현장.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내 대형건설사들의 미청구공사금액이 올해 들어 20%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업황이 악화한 상황에서 공사비 인상여부를 놓고 시행사(조합)와 이견을 빚으며 공기가 지연된 데다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에 따른 부담으로 미분양이 늘어나는 등 국내외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삼성물산(028260)현대건설(000720)(현대엔지니어링)·DL이앤씨(375500)·포스코건설·GS건설(006360)·대우건설(047040)·롯데건설·SK에코플랜트·HDC현대산업개발 등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미청구공사금액 총 합계는 13조215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말(10조9476억원)보다 20.71% 증가한 수치다.
 
미청구공사는 수주 직후 발생한 계약원가에 대해 발주자로부터 받을 예정인 계약자산으로, 미래 손실가능성을 추정하는 지표로 통한다. 건설사별로 보면 현대건설의 미청구공사액이 가장 높았다.
 
현대건설의 연결 기준 미청구공사 계약자산은 3조9470억원으로 작년말(3조2474억원)에 비해 21.5%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현대건설의 매출액이 9조7248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청구공사가 매출의 약 40.6%에 달하는 것이다.
 
도급공사별는 토목부문이 1조1825억원으로 올들어 44.6% 늘었고 건축·주택 부문과 플랜트·전력부문은 각각 1조692억원, 1조6833억원으로 21.2%, 9.8% 올랐다.
 
주요 프로젝트별로 보면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공장 증설 관련 미청구공사액이 올해 상반기 5654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시공단장사로 들어간 둔촌주공 재건축 관련 미청구공사액은 진행률 35%에 미청구공사 총액만 3205억으로 설정됐다.
(표=뉴스토마토)
미청구공사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SK에코플랜트로 나왔다. SK에코플랜트의 미청구공사는 작년 말 5736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8585억원으로 49.7% 증가했다. 부문별로는 건축부문이 미청구공사가 2078억9448만원으로 전기말에 견줘 111.3% 급증했으며, 인프라와 플랜트 부분은 각각 42.4%, 31.4% 상승했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2017년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알 만도스 원유비축기지 프로젝트(M 프로젝트)다. 코로나19로 공기가 지연된 까닭이다. 현재 공사 진행률은 75.64%지만 미청구공사 총액은 1699억9592만원에 달한다.
 
이어 포스코건설의 미청구공사액이 1조3855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2.91% 늘었고, GS건설은 31.12% 오른 1조2592억원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롯데건설(1조5511억원), 대우건설(1조1139억원), 삼성물산(1조4274억원)의 미청구공사액도 각각 17.8%, 16.8%, 14.3% 증가했다.
 
유일하게 미청구공사액이 줄어든 건설사는 DL이앤씨로, 작년 말보다 0.51% 하락한 9635억원을 기록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공기가 지연되고 원자재값이 오르면서 미청구공사 규모가 커진 영향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대외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미청구공사의 경우 건설사가 아직 공사비를 받지 못한 만큼 향후 잠재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통상 미청구공사 금액은 건설사가 추정한 공사진행률과 발주처가 인정한 진행률의 차이에서 발생해서다. 예컨대 건설사는 공사 진행률을 기반으로 기성금을 추산하고 이를 유동자산으로 인식하는데, 발주처와 이견이 장기화될 경우 일부를 확정손실인 대손충당금으로 반영하는 등 손해를 떠안아야한다.
 
특히 글로벌 경기침체와 원자재값 상승, 금리 인상 등으로 미분양 우려가 늘고 상황에서 공사비 협상 문제로 중단된 둔촌주공 재건축사업과 같은 사태가 잇달아 발생한다면 재무적 리스크는 더 커질 수 있다.
 
서현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주택 업황은 비우호적으로 금리의 가파른 상승과 함께 공사비 증가에 따라 전반적인 사업 비용이 증가하면서 분양시장 위축을 야기하고 있다”라며 “높아진 주택 수주잔고와 신규수주 기반 장기적으로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판단하나,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쉽지 않아 보이고 정책적인 모멘텀도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밝혔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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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아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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