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만의 적자' 농심…신동원 회장 급여는 올랐다

신 회장 상반기 급여 7.4억원…전년비 28% 증가
'원가부담' 가격인상 결정…소비자 부담 전가 비판도

입력 : 2022-08-26 오전 7:00:00
신동원 농심 회장. (사진=농심)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농심이 24년 만에 적자를 내는 등 실적 악화에 빠진 가운데 신동원 농심 회장의 급여는 회사 분위기와는 반대로 전년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 악화를 벗어나기 위한 조치로 주요 제품 가격 인상 계획을 발표한 농심을 두고 오너의 임금은 올리는 한편 소비자들에게 제조원가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5일 농심(004370)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신 회장은 올해 상반기 기준 총 7억37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이는 전년 동기 급여(5억7645만원) 대비 28% 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신 회장은 5억7500만원의 반기 보수를 매월 나눠 받았고 1억6200만원의 상반기 직무수행비를 받았다. 이는 임원보수지급에 관한 이사회 결의에 따라 직급, 업무의 책임·역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는 게 농심의 설명이다.
 
특히 지난해 신 회장이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한 것이 급여 인상의 요인이 됐다. 신 회장은 고 신춘호 회장이 별세한 이후 지난해 7월 1일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했다.
 
농심 관계자는 “회사에는 임금 테이블이 있다. 진급 승급을 하게 되면 임금 테이블 자체가 바뀐다”면서 “지난해 대비 올해를 비교하면 부회장 월급과 회장 월급에서 차이가 나면서 임금인상분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심의 이같은 설명에도 일각에서는 신 회장의 급여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24년 만에 적자를 내는 등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회사 분위기와 정반대 모습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농심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75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7%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4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75.5% 급감했다. 농심의 해외법인을 제외하고 국내법인 실적만 살펴보면 농심은 3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농심이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 건 1998년 2분기 이후 24년 만이다.
 
특히 경쟁 업체인 함영준 오뚜기 회장의 모습과 비교된다. 오뚜기(007310)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1조5317억원,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67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상반기 기준 농심의 매출액(1조4925억원)과 비슷하지만 함 회장의 상반기 보수 지급금액은 5억원을 넘지 않아 반기보고서에 기재되지 않았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농심 신라면이 진열돼있다. (사진=유승호 기자)
 
농심은 실적 악화를 벗어나기 위한 조치로 주요 제품 가격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국제 분쟁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고 환율이 상승해 원가부담이 심화됐고 특히 올해 2분기 이후 국내 협력업체의 납품가를 인상하면서 제조원가 부담은 더욱 가중됐다는 게 농심의 입장이다.
 
이를 두고 지난해보다 실적이 좋지 않은데 오너의 급여는 오히려 올리면서 경영 부담을 제품 가격인상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농심에 따르면 오는 9월 15일부터 라면과 스낵 주요 제품의 출고가격을 각각 평균 11.3%, 5.7% 올린다. 농심이 라면 가격 인상에 나선 건 1년 만이고 스낵은 5개월 만이다. 가격 인상 품목은 라면 26개, 스낵 23개 브랜드다.
 
주요 제품의 인상폭은 출고가격 기준으로 신라면 10.9%, 너구리 9.9%, 새우깡 6.7%, 꿀꽈배기 5.9%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에서 봉지당 평균 736원에 판매되고 있는 신라면의 가격은 약 820원으로 조정된다. 이어 새우깡의 가격은 평균 1100원에서 약 1180원으로 오른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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