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증거인멸’ SK케미칼 전 임원 징역 2년 선고

법원 “피해자 고통에 공감 안 해…정확한 사실 파악할 의무도 외면”

입력 : 2022-08-30 오후 6:05:18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태’ 관련해 살균제 유해성이 담긴 자료를 삭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285130) 임직원들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주진암 부장판사는 30일 증거인멸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부사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양정일 SK케미칼 부사장과 이광석 SK케미칼 커뮤니케이션 실장은 각각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밖에 같이 재판을 받은 임직원들 2명에게도 징역 1년과 10개월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가습기 살균제 형사사건 증거인 일부 사본을 인멸·은닉했다고 판단된다”며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거나 부정확한 것을 알리며 증거자료를 은닉하거나 없애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또 “박 전 부사장 등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고통을 겪는 상황에서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는 의무를 다해야 하나 피해자들의 고통에 공감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법원은 박 전 부사장 등이 SK케미칼을 상대로 한 검찰 수사가 진행될 것을 인지하고도 유해성 실험 보고서를 폐기하도록 지시했다고 봤다. 이 회사의 임직원들이 관련 자료를 소지한 바이오 업체 관계자를 만나 노트북을 포맷하는 등 증거인멸에 가담한 혐의도 유죄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특별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은 SK케미칼과 SK이노베이션 법인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두 회사가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연구보고서를 정당한 사유 없이 제출하지 않았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는 판단이다. 
 
박 전 부사장 등은 SK케미칼 전신인 유공이 국내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할 당시인 1994년 10월~12월 서울대에 의뢰해 진행한 유해성 실험 결과를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SK케미칼은 서울대 수의대 이영순 교수팀에 의뢰한 흡입독성 실험에서 안전성이 확인돼 제품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언론과 국회 등이 자료를 요구하자 자료가 남아있지 않다고 대응했다. 
 
검찰은 이들이 고의로 관련 자료를 숨긴 것이라고 판단해 재판에 넘겼다. 
 
서울시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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