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주 기자] 지난해 장애인학대 신고건수가 5000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학대로 인정된 건은 1124건에 달했다. 학대 피해자의 74.1%는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 등의 발달장애인이었다.
특히 학대 가해자의 36.2%는 부모, 형제, 자매 등 가족·친인척으로 조사됐다. 돌봄 의무를 가족에게만 맡기면서 학대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장애인이 독립해 살 수 있는 국가 돌봄 시스템 강화가 절실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보건복지부가 28일 발간한 '2021 장애인 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장애인 학대 신고 건수는 4957건에 달했다. 이 중 실제 학대 사례는 1124건으로 전년 대비 11.5% 증가했다.
장애 유형별로 보면 학대 피해 장애인 중 발달장애인의 비율이 74.1%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학대 유형으로는 신체적 학대 비중이 27.4%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는 경제적 학대 24.9%, 중복 학대 20.8%, 정서적 학대 11.0% 등을 차지했다.
학대 발생장소는 장애인 거주지가 41.1%로 가장 많았다. 장애인거주시설 12.7%, 학대 행위자 거주지 9.5%도 뒤를 이었다.
학대 행위자는 부모나 배우자, 형제·자매 등 가족과 친인척에 의한 학대가 407건으로 전체의 36.2%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보다 23.0% 증가한 수치다.
보건복지부가 28일 발간한 '2021 장애인 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장애인 학대 신고 건수는 4957건에 달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박종균 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장은 학대 건수가 증가한 원인에 대해 "장애인 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 적극적인 신고가 이뤄지고 있고 전국에 설치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통해 학대 사례에 대한 적극적인 발굴과 조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동석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발달장애의 경우 신체적 장애와 비교해 생산력 착취가 가능하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이동석 교수는 "아동이나 노인 쪽에서는 가족 내 학대가 더 많이 나타나지만 장애 쪽은 시설이나 기관 등에서 발생해 상대적으로 가족 내 학대가 적어보인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이 장애인 돌봄을 하는 과정에서 힘들고 지치니까 학대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돌봄 시스템이 잘 돼 있으면 장애인이 독립해 살 수 있는데 그게 안되니 가족 내에서 '찬밥 신세'가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년 1000건이 넘는 장애인 학대가 발생하고 있지만 장애인 학대 사례를 판정하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등 전체 절차를 도맡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전국에 19곳 뿐이다.
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 등 권역별로 1곳씩 총 18곳의 지역기관이 있다. 지역기관의 운영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중앙기관은 서울에 1곳이다.
지난해에는 학대 신고 건수 중 17.3%를 차지하는 859건이 서울에서 접수됐다. 하지만 서울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직원은 15명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노인보호전문기관은 2020년 전국 35개다. 아동보호전문기관도 올해 기준 73개인 것을 고려하면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턱없이 모자란 셈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하반기에 충북에 1개소를 추가로 개설할 예정이지만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이 있던걸 알고 있다. 추가하려고 노력했지만 예산 등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28일 발간한 '2021 장애인 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장애인 학대 신고 건수는 4957건이다. (사진=뉴시스)
세종=김현주 기자 kkhj@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