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대한항공(003490)이 기내 환경과 기내식에 어울리는 신규 와인을 13일 발표했다. 새 항공사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와인에 담아 퍼스트부터 이코노미클래스 승객의 입맛까지 사로잡겠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이날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신규 기내 와인 발표회를 열고 △퍼스트클래스 19종 △프레스티지클래스 21종 △이코노미클래스 10종 등 새로 선정한 기내 와인 50종을 발표했다.
2019년 ‘월드 베스트 소믈리에(World’s Best Sommelier)’ 챔피언 마크 알머트(Marc Almert)가 13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대한항공 신규 기내 와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장성현 부사장은 환영사를 통해 “와인 서비스는 항공사의 첫 인상을 좌우하는 중요한 서비스이자, 서비스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 라며 “기내 와인이 가지는 의미를 잘 알기 때문에 새롭게 서비스될 와인을 선정하는 과정 하나하나에 정성과 깊은 고민을 담았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기내 신규 와인을 선정하기 위해 국제소믈리에협회의 2019년 ‘월드 베스트 소믈리에(World’s Best Sommelier)’ 챔피언 마크 알머트(Marc Almert)와 협업해 지난해 말부터 자료 수집을 시작했다.
이날 대한항공은 “세계 최고 항공사들이 서비스하는 와인 리스트로 시작해, 색다른 분야의 다양한 와인 리스트들을 선정했다”며 “이렇게 선정된 와인 숫자만 총 900여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마크 알머트와 함께 프랑스, 스페인, 미국, 호주를 포함한 세계 각지의 와인 생산지, 포도 품종, 빈티지 등을 고려해 추린 150종의 후보 와인을 최종 선정했다.
지난 11일~12일에는 마크 알머트, 이상준 소믈리에가 인천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모든 후보 와인의 맛과 향을 비교하고 점수를 매겼다. 이렇게 대한항공 새 기내 와인 50종이 선정됐다.
퍼스트클래스 대표 와인은 호주 와인 명가 헨쉬키의 ‘마운트 에델스톤 쉬라즈(Henschke Mount Edelstone Shiraz)’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100% 쉬라즈 품종을 사용한 레드 와인으로 향신료를 떠오르게 하는 진한 후추향, 로즈마리향과 함께 농축된 블랙커런트, 베리류의 달콤함을 함께 느낄 수 있다”며 “쉬라즈 특유의 강한 풍미가 고급스러운 균형감을 이루고 있어 스테이크, 한식 정찬 등 다양한 맛의 퍼스트클래스 기내식 메뉴와 조화롭게 어울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퍼스트클래스 샴페인도 ‘앙리 지로 아이 그랑크뤼 브뤼 MV17(Henri Giraud Ay Grand Cru Brut MV17)’로 바뀐다. MV는 멀티 빈티지(Multi Vintage)의 줄임말로, 여러 해에 걸쳐 수확한 포도가 사용된다. 실크의 결과 같이 부드럽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거품이 특징이다.
프레스티지클래스에는 프랑스 르와르 지방 화이트 와인 ‘라 페리에르 메갈리트 상세르(La Perriere Megalithe Sancerre)’를 선보인다. 소비뇽 블랑 포도를 사용한 와인으로, 손으로 상처 없이 수확한 포도만을 착즙하고 그 중 50%만 오크통에서 6개월 이상 숙성해 만든다. 대한항공은 “소비뇽 블랑 특유의 신선한 산미와 오크 숙성 와인의 부드럽고 은은한 여운을 함께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코노미클래스도 독일 모젤 지방에서 생산된 ‘닉 바이스 어반 리슬링(Nik Weis Urban Riesling)’을 즐길 수 있다. 대한항공은 리슬링의 산뜻한 향과 온화한 풍미가 기내 다양한 메뉴와 잘 조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와인 선정을 맡은 마크 알머트는 독일 쾰른 출신 소믈리에로 1991년생이다. 27살이던 2019년 국제 소믈리에 협회가 주관하는 세계 베스트 소믈리에 대회에서 최연소 챔피언에 올랐다. 현재 스위스 취리히 소재 특급 호텔 보르 오 락(Baur au Lac) 수석 소믈리에를 맡고 있다. 이번 와인 선정에 함께 참여한 이상준 소믈리에는 칼호텔네트워크 오퍼레이션 담당이다.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와인 담당으로 활동했다.
앞서 대한항공 와인 담당자는 지난 2020년 초, 전년도 월드 베스트 소믈리에 결정전 영상으로 마크 알머트의 와인 선택 과정을 지켜봤다. 대한항공은 “마크 알머트의 객관적이고 냉철한 와인 선택 과정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모든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배제하고 스스로 논리를 수립해 상황에 맞는 와인을 추천하는 모습에서, 담당자들은 선입견에서 벗어나 좋은 와인을 찾으려는 대한항공의 목표와 마크 알머트의 접근 방식이 완전히 일치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마크 알머트는 이번 와인 선정 과정에서 지상과 다른 비행기 내 환경과 기내식과의 어울림을 고려했다. 그는 “지상에 비해 기압이 낮고 건조한 비행기 내 환경에서는 후각이 둔해지고 적은 양의 와인에도 쉽게 취할 수 있다”며 “기내에서도 와인의 풍미를 잘 느낄 수 있도록 과실향과 아로마가 풍부하면서도 부드러운 와인을 선정했다”고 와인 선정 배경을 밝혔다.
이상준 소믈리에도 “특히 장거리 비행 때 피로감이 높고 느끼는 산소가 다른 점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현지 와이너리와의 공급 계약 등 후속 절차를 마치고 내년 3월 이후 국제선 비행기에서 순차적으로 신규 와인을 서비스한다.
이번 기내 와인 개편은 새로 도약하겠다는 대한항공 의지가 담겼다. 기내식 부문도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올해 3월 고등어조림과 제육쌈밥, 7월에 묵밥과 메밀 비빔국수 등을 신규 메뉴로 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에 대한항공 기내식 메뉴와의 조화를 고려한 새로운 와인들이 선정됨에 따라 향후 대한항공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한층 더 특색 있고 완성도 높은 기내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도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여행을 시작하는 고객들의 변화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서비스 품질 향상에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