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그룹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여파로 입은 전기차 판매 감소 피해를 고환율로 극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는 수출 의존도가 높아 원화 약세에서 강점을 보이기 때문이다.
16일 현대차 미국판매법인에 따르면 현대차 아이오닉5의 지난달 판매량은 1306대로 이는 8월 판매량 1517대보다 13.9% 줄어든 수치다. 기아 EV6 같은기간 1440대가 팔려 21.7% 감소했다.
반면 미국 포드는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IRA가 시행된 지난 8월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7.3% 오른 5897대, 지난 7월에는 168.7% 오른 7669대를 기록했다.
현대차그룹 양재 본사. (사진=현대차그룹)
미국이 지난 8월 발표한 IRA에 따라 미국에서만 생산되는 전기차에 최대 1000만원의 세제혜택을 주는데 여기에 현대차그룹은 포함되지 않는다. 현대차그룹은 2024년 하반기에나 전기차 현지 생산이 가능해 당분간 미국 현지 판매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공영운 현대차 사장도 국회 산업통장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보조금 액수가 상당해) 고객이 현대차를 선택하는 것에 있어 큰 장벽을 만난 것"이라며 "상당한 판매 감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공 사장은 그러면서 "현지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2~3년 정도 걸리는데, 이 기간에 브랜드 인지도도 하락하고, 딜러망이 약화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다만 미국 현지에서는 중간선거 이후 법 개정을 통해 적용을 유예하거나, 현대차, 기아를 IRA 혜택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아주 지역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IRA를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6 (사진=현대차)
그럼에도 현대차그룹은 고환율 덕에 당분간의 실적은 상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출 의존도가 높아 달러가격이 높아질 수록 차 값을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분석업체 에프엔가이드가 분석한 현대차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연결기준 매출액 35조1136억원, 영업이익 2조91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64%, 81.40% 증가한 수치다. 분기 기준으로 최고점을 찍은 지난 2분기(매출액 35조9999억원, 영업이익 2조9798억원)와 비슷한 규모다.
기아 역시 올해 3분기 매출액 22조1438억원, 영업이익 2조223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73%, 67.53% 늘어난 수준이다. 역대 3분기 기준 최고치다. 고강도 통화 긴축 정책과 경기침체 여파로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현대차와 기아만큼은 피해가는 모습이다.
호실적 전망의 이유는 고환율로 풀이된다. 현대차와 기아는 수출 의존도가 높아 원화 약세에서 강점을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의 국내 생산량 60% 가량을 해외로 수출하고, 이 중 북미 수출 비중은 평균 50%(현대차 약 60%, 기아 약 30%)에 달해 매출액 중 달러화 비중이 높다.
다만 전문가들은 고환율을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좋지 않다고 평가한다. 자동차 제품에 대한 원자재를 수입해 와야 하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해외에서 원자재를 수입해서 반제품 또는 완제품으로 수출하는 국가는 실제로 이득이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