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없는 '인플레 감축법'…전문가들 "출구전략, 일단 유예를 받아야 최선"

미국 IRA 발효, 자동차·배터리업계 타격 예상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 분위기 반전 가능성"
"유예 끌어내면서 공급망 다변화 등 대책 세워야"

입력 : 2022-10-17 오전 5:00:00
[뉴스토마토 김지영·조용훈·김현주 기자] 국내 자동차, 배터리 업계에 빨간불이 켜진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돌파구로 우리 정부가 요구하는 '유예' 조치 여부에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산업계 전문가들도 반도체 분야가 유예를 받은 사례가 있는 만큼, 2년 유예를 끌어낼 경우 숨통을 다소 트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유예 조치로 시간을 번 후 배터리 공급망 다변화 등의 장기적인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조언에서다.
 
16일 <뉴스토마토>가 5인의 경제·산업·통상전문가들 대상으로 IRA 대응책을 문의한 결과, 우선 유예 조치를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법 개정 어려워…한국 유예 가능성은"
 
최원목 이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의회가 법을 개정해야 우리 기업 피해가 없는데 미국 행정부가 법 취지 자체를 되돌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미국을 움직이기 위해 한국도 소고기 같은 미국 주력 수출품에 대해 차별 조치를 할 수 있겠지만 정치적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곽주영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정부의 대응이 늦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긴 한데, IRA 법안을 한국에 호의적으로 고쳐나가는 노력이 지금으로선 거의 유일한 해법"이라며 "현재 미국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인기가 없기 때문에 중간선거 이후 IRA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반도체 분야 장비 수출 규제를 했다가 SK, 삼성에 이어 TSMC까지 모두 1년 유예를 줬다"며 "자동차의 경우 현대차 미국 공장 완공이 2025년이기 때문에 2년 유예를 끌어내면 급한 불은 끌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곽노성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명예교수는 "미국 법안은 보통 단서 조항이 붙어있는 경우가 많은데, 동맹관계를 고려하거나 국익에 중대한 우려가 있을 때는 예외를 둔다"며 "이번 IRA 법도 예외 조항을 통해 유예 조치를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백악관 등에서 보내는 시그널을 보면 내년에 시행령 등을 통해 예외적으로 유예를 허용해줄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에 IRA에 대한 한국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협의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친서를 보낸 바 있다.
 
16일 <뉴스토마토>가 5인의 경제·산업·통상전문가들 대상으로 IRA 대응책을 문의한 결과, 우선 유예 조치를 유도해야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래픽=구선정 뉴스토마토 디자이너)
 
"한국 진출한 미국 지역 활용하고 근본 대책 모색해야"
 
전문가들은 미국에 진출한 기업을 이용해 유예 조치를 요구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현대자동차가 생산공장을 짓고 있는 조지아주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실제 조지아주의 래피얼 워녹 연방 상원의원(민주)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각) IRA 일부 조항 시행을 유예하는 내용의 '미국을 위한 합리적인 전기자동차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에 따르면 기존 IRA에서 전기차 보조금 충족 요건 가운데 현재 시행 중인 북미 생산 조건을 2025년 말까지 늦추도록 했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자동차 기업들이 투자한 텍사스나 조지아 주지사들을 통해 법안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를 내볼 수 있다"며 "개정안까지 내진 못하더라도 우호국에는 일시적으로 유예해주는 조치 정도는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 기업이 진출했더라도 미국의 주들을 한국 우군으로 봐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 교수는 "이 법으로 인해 현대차가 조지아주 공장을 증설해야 하는 상황이라, 조지아주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설 요인은 많지 않다"며 "겉으로는 한국 기업의 입장을 들어주는 척이야 하겠지만 법을 개정할 만큼의 유인은 미국 내부에서는 없다"고 꼬집었다.
 
유예를 받더라도 단기적인 대책일 뿐 장기적인 생존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배터리의 경우는 공급망 다변화가 필수라는 설명에서다.
 
곽 명예교수는 "SK온이 작업 중인 호주나 잠비아 같은 곳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유예 조치를 이끌어내면서 채굴부터 가공까지 소재를 장기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수입선 다변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김지영·조용훈·김현주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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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