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올 가을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현대중공업그룹의 수주 호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노사 관계가 밀린 숙제로 남았다.
1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이번주부터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실사에 들어간다. 실사 기간은 4~6주가 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전날 “투자의향서 제출자가 없음에 따라 인수인들 단독으로 상세 실사 등 본 투자유치 일정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한화는 잠수함 제작 역량을 쌓아온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육해공을 아우르는 방산 강자로 거듭나려 한다. 한화의 목표는 ‘2030년 세계 방산 톱 10’이다.
금속노조 대우조선 지회가 13일 거제 옥포조선소 민주광장에서 한화그룹이 인수하는 회사 매각 과정에 당사자 참여 보장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대우조선 노조 제공, 연합뉴스 사진)
당면 과제 중 하나가 대우조선 노조와의 소통이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19일 오전 10시 금속노조 서울 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 승계와 회사 발전 논의 등이 담긴 4대 요구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노조는 “한화 그룹이 대우조선 지회의 정당한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조선업종노조연대 8개 사업장과 금속노조 18만 조합원의 힘을 모아 전면적이고 물리적인 매각 반대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예고한 상황이다.
한화는 당장 어떤 입장을 내기가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아직은 적법한 지위를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최대 6주까지 실사가 진행될텐데 그 이후가 돼야 드릴만한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현재 대우조선 임단협(임금·단체협약)은 매각 문제로 큰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노조는 매각 전 협상 타결을 원하지만 사측은 한화의 생각도 중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노사가 둘만 합의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며 “(대우조선을) 사 갈 사람이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데, 현재 실사 단계로 최종 인수 확정된 것이 아니어서 사측이 명확한 답을 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앞서 2008년에도 대우조선 인수에 나섰던 한화는 노조의 실사 방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소통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지난달 26일 대우조선 인수 추진을 발표하면서 “노조와의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신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노사 관계도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룹도 노사 관계가 수주 호황의 암초다. 그룹 내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009540)은 현재까지 184척 220억6000만 달러를 수주해 올해 수주목표(174억4000만 달러)의 126.5%를 달성했다.
일감이 산더미처럼 쌓인 조선소에선 파업 전운이 감돌고 있다. 그룹 내 조선3사인
현대중공업(329180)과
현대미포조선(010620), #현대삼호중공업은 이달 24~26일 각사 조합원에게 공동 쟁의 여부를 묻는 투표를 진행한다. 투표 결과는 26일 저녁에 나온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지부는 20차례 걸친 교섭에 진전이 없다며 지난 14일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접수했다. 21일 오전 11시 세종 중앙노동위에서 이 신청을 심리하고 조정 중지 여부를 판단한다.
앞서 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는 지난 7월 사측에 내년도 단일협상 준비를 제안했다. 이들은 그룹 차원 교섭 가이드라인 때문에 사업장별 교섭에 자율성 없이 임단협이 장기화됐고, 그룹이 영업하고 설계해 3사에 일감을 나누므로 공동교섭으로 비용을 줄이자는 주장도 폈다.
3사 노조는 사측에 공동교섭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내년도 교섭 방식과 의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3사 노사가 각 3명씩 선임한 공동위원 9명과 전체 노사가 추천한 각 2명의 전문위원 등 총 13명으로 구성하자는 안이다.
반면 사측은 그룹 내 조선3사가 별개 회사로 경영 환경도 달라 공동교섭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