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전격 체포하면서 사실상 이 대표의 대선자금을 겨냥한 수사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3부(부장 강백신)는 19일 김 부원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는 동시에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김 부원장은 이 대표가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함께 최측근이라고 공개한 인물로,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 대변인으로 근무했다.
검찰 등에 따르면, 김 부원장은 유동규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구속기소)에게 정치자금을 요구하고 8억여원을 건네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유 전 사장과 김 부원장 사이에 돈이 오간 시점을 2021년 4월부터 8월 사이쯤으로 특정하고 있다. 이 사이 유 전 사장에게서 김 부원장에게로 세번에 걸쳐 돈이 건너갔다는 것이다.
검찰은 김 부원장으로부터 정치자금 요구를 받은 유 전 사장이 천화동인 4호 소유주였던 남욱 변호사(구속기소)에게 지시하고, 남 변호사가 마련한 현금 8억여원을 전 성남도개공 전략사업실장이었던 정민용 변호사(불구속 기소)를 통해 전달받은 것을 유 전 이사장이 김 부원장에게 건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검찰 압수수색과 관련해 정치탄압을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검찰 수사관들을 막아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검찰은 현재 김 부원장에게 건너간 자금의 용처를 추적 중이다. 유 전 사장이 김 부원장에게 정치자금을 건넨 시점은 민주당이 대통령 후보 당내 경선을 앞두고 있던 때다. 이 대표는 그해 7월1일 20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10월10일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뒤 꾸려진 대선 캠프에서 김 부원장은 총괄부본부장을 맡았다.
검찰이 김 부원장을 구속하는 데 성공하면 김 부원장이 건네받은 8억여원의 용처 규명에 수사력이 집중될 전망이다. 이 대표의 대선자금까지 검찰 수사의 칼날이 뻗어갈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다만, 김 부원장은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체포 시한인 48시간 만료 전 김 부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이르면 20일 쯤으로 예상된다.
이날 검찰이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을 시도한 것도 김 부원장이 유 전 사장으로부터 받은 정치자금의 용처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들과 이 대표 지지자들은 "야당 탄압"이라며 압수수색에 나선 검찰을 막고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검찰은 7시간 넘는 대치 끝에 철수했다.
유 전 사장과 남 변호사·정 변호사 등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핵심 인물들이다. 김 부원장은 지난해 9월 유 전 사장이 검찰로부터 자택을 압수수색 당하기 직전 전화통화를 한 인물 중 한 명이다. 나머지는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었다.
검찰은 이 대표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연루 가능성을 1년 넘게 수사 중으로, 전 정부에서는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못했으나 이번 김 부원장의 체포로 새국면을 맞게 됐다.
그 중심에 유 전 사장이 있다. 검찰은 유 전 사장으로부터 김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대한 구체적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사장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근무할 때부터 지근 거리에 있었다. 2010년 10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으로 일했으며 2014년 4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 근무했다.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취임한 2018년에는 그해 10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경기 관광공사 사장을 맡았었다.
유 전 본부장은 성남시설관리공단과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근무하던 시기에 대장동 개발과 위례신도시 개발에 깊숙이 개입했다. 대장동과 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한 유 전 사장 등에 대한 공소장을 보면, 이 기간 동안에도 그는 필요 자금을 남 변호사를 통해 조달해왔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서는 검찰이 유 전 사장을 회유·협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 전 사장장은 20일 자정 구속기한 만료로 석방됐다. 1심 구속 최장 기간은 6개월로, 유 전 사장은 지난해 10월 뇌물 등 혐의로 구속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검찰은 유 전 사장의 1차 구속기한 만료 전 증거인멸 혐의로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서 구속기한이 6개월 연장됐었다.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최근 들어 검찰이 돈을 줬다는 유 전 본부장을 검사실로 불러 회유와 협박을 해왔다는 정황들이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났다”면서 “유 전 본부장의 석방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체포 사이에 연관성은 없는지 면밀히 따져보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유 전 본부장에게 석방을 약속하거나 회유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