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서민금융상품 ‘햇살론’의 허술한 심사 절차를 악용해 무자격자들에게 총 30억원 규모 대출을 알선하며 이에 대한 수수료를 받아 챙긴 대출 브로커 일당이 기소됐다.
햇살론은 저신용등급 직장인에게 1인당 700만∼1500만원을 대출해주는 상품으로 서민금융진흥원이 금융기관에 신용보증을 선다. 만일 대출차주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서민금융진흥원이 대출금의 90%까지 금융기관에 대위변제하는 식이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 박은혜)는 대출브로커 A씨 등 4명을 특경법상 사기, 사문서 위조, 위조사문서 행사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24일 밝혔다. 전달책 1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대출브로커 일당은 2019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자신들의 역할을 분담(관리책, 모집책, 위조책 등)해 텔레그램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무직으로 변제 자력이 없는 대출차주들을 261명 가량 모집했다.
이들은 대출차주들의 건강보험 관련 서류를 전송받아 발급번호를 확보한 뒤 정상적인 급여 소득이 있는 것처럼 서류내용을 위조해 금융기관에 제출했다. 이를 통해 대출차주가 받은 대출금 중 30%를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받는 등 총 23개 금융기관으로부터 261명 명의로 30억5400만원을 편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기관이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보증심사 업무를 위탁받아 시행할 때 국민건강보험공단 명의 발급 서류의 진위확인을 발급번호만으로 하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햇살론 심사 절차 과정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명의 발급 서류 진위를 발급번호로만 확인할 뿐, 직장·소득 등 기재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다는 허점을 악용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낮아 고금리 대출의 고충을 겪는 직장인을 위해 낮은 이율로 용이하게 대출을 받게 하고 이를 정부 재원으로 보증하는 햇살론의 심사절차상의 미비점을 악용하여 수십억 원을 편취한 사건”이라며 “이로 인해 서민금융진흥원은 수십억원을 금융기관에 대위변제하고도 무자격 대출차주로부터 회수하지 못해 거액의 국고손실이 초래됐고, 실제 대위변제하고 미회수한 금액은 훨씬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서울남부지검은 서민금융진흥원과 대출심사절차 개선을 위한 의견을 공유하고 대출차주 261명의 명단을 통보했다”며 “서민금융진흥원과 해당 금융기관은 부당 대출금 환수 및 사기대출자에 대한 형사고발 등 법적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남부지검. (사진=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