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수장 맞은 삼성, 변화 불가피

10년만에 회장 취임…'신속한 의사결정' 기대
신사업·콘트롤타워·지배구조 개편 등 현안 산적

입력 : 2022-10-27 오후 4:47:01
[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회장으로 승진한 가운데 삼성그룹의 새 먹거리 창출과 그룹 콘트롤 타워, 지배구조 개편 등이 향후 해결과제로 거론된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부회장에 오른지 10년 만에 회장에 취임했다. 이는 글로벌 대외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책임 경영 강화,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위해서다. 회장 타이틀을 달고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된 만큼 바이오, 전장 등 신사업 역량 제고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최근 삼성은 바이오로 '제2 반도체 신화' 구현에 나서고 있다.
 
삼성은 2010년 바이오를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바이오의약품 위탁 개발·생산(CDMO) 사업을 위해 설립됐으며 당시 직원은 30명 뿐이었다. 이후 2011년 인천 송도 매립지에 1공장 건설을 시작했으며 지난 11일 제4공장을 준공하며 사업 시작 10년 만에 글로벌 CDMO 1위로 올라섰다. 이재용 회장도 제4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이같은 의지를 드러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제약사 20곳 중 12곳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며 "삼성은 공격적인 투자 및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 확대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인 바이오 사업을 계속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사회 의결을 거쳐 회장으로 승진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 부당 합병 의혹 오전 공판을 마치고 취임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용 회장의 취임을 기점으로 대형 M&A가 재개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삼성전자의 M&A는 지난 2017년 미국 전장기업 하만을 당시 최대 규모인 9조원대에 인수한 이후 5년간 중단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직속으로 신사업 TF를 꾸렸고 이달 5일에는 한 부회장이 직접 "인수합병이 활성화돼야 서로 성장하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어 이재용 회장 취임 이후 M&A 시계가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다.
 
이 회장이 이달 초 방한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나 영국 ARM 관련 포괄적 협력을 약속한 부분도 맥을 같이한다.
 
이를 위해서는 삼성 콘트롤타워 재설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콘트롤타워 역할을 도맡았던 미래전략실은 지난 2017년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해체됐으며 현재 삼성은 '사업지원TF(전자 부문)', '금융경쟁력제고TF(금융 부문)', 'EPC경쟁력강화TF(제조 부문)' 등 임시 형태의 전략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을 제외한 국내 주요 그룹들은 글로벌 환경에 신속 대응하기 위한 콘트롤타워를 운영하고 있다. SK그룹은 계열사 선임 경영진들이 모여 자율경영을 지원하는 SK수펙스추구협외회를 그룹 내 최고 의사결정협의체로 운영중이다. LG그룹과 롯데그룹도 각각 지주회사인 ㈜LG와 롯데지주가 존재한다. 현대차그룹 역시 그룹 내 핵심 업무를 담당하는 기획조정실이 있다.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으나 지주사 체제 완성은 현행법상 힘들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는 크게 이 회장 등 오너 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진다. 삼성물산 최대주주인 이 회장(17.97%)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삼성물산 지분 31.31%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삼성전자·생명을 간접 지배하는 형태다. 특히 이 회장은 고 이건희 회장 사후 지분 상속을 받아 삼성생명의 2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그룹 지배력이 상승했다.
 
다만 삼성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이 회장 지분은 1.63%에 그치며 계열사 등이 보유한 주식을 모두 합친다 해도 지분율이 21.14%에 불과하다. 따라서 삼성물산을 지주사로 전환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보험업법 개정, 금산분리 완화 등의 움직임과 맞물려 삼성물산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존재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시나리오"라며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인수해 삼성전자가 삼성물산의 자회사로 바뀌게 되면 지주비율이 50%를 넘어서게 되면서 지주회사 전환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는 단순히 삼성생명 보유 삼성전자 지분 8.51% 확보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라 지주회사 전환에 따라 추가로 삼성전자 지분을 30%까지 확보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배 구조 관점에서 삼성그룹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현재의 그룹 지배 구조를 유지하면서 이사회 구성과 관련해서는 외부 조력을 통해 최대주주 일가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방향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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