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활성화방안에도 VC업계 "목마르다"

양도세 비과세·세컨더리벤처펀드 활성화 등 요구

입력 : 2022-11-14 오후 3:50:31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중소벤처기업부가 역동적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방안을 발표했지만 벤처캐피탈(VC)업계에서는 여전히 유인책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제를 개편한 것은 고무적이나 피부에 와 닿는 변화가 일어나기엔 역부족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에서 네 번째)이 지난 4일 서울 강남 팁스타운에서 최근 투자동향과 민간 모펀드 조성 등을 주제로 진행한 라운드 좌담회를 마치고 좌담회 토론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중기부)
 
14일 VC업계에 따르면 업계의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중기부 발표안에 관심을 드러냈지만 결과적으론 아쉽다는 반응이 이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자금줄이 마른 척박한 환경에서 민간투자자들의 호응을 당장 끌어낼 정도의 정책이 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방향 측면에서는 옳으나 자금 여력이 없는 벤처기업들이 도산하지 않고 버틸 수 있도록 하는 투자 골든타임을 지켜낼 수준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VC 대표는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한 걸음 한걸음씩 정책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며 "경제 전반은 물론 벤처 시장도 올해보다 내년이 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첫 걸음으로는 이렇게 시작하고 전체적인 세수를 보며 조정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성장하려면 전반적으로 산업구조가 재편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벤처기업 육성이나 투자만큼 좋은 것이 없다"며 "변화의 속도를 만들고 자원을 배분하려면 투자 대비 효과가 큰 벤처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신 무모한 투자로 인한 벤처 버블이 꺼지는 것은 감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도소득세 비과세 등 좀 더 파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다른 VC 대표는 "일반법인의 출자분에 대해 연기금처럼 양도차익에 대해 비과세가 된다면 일반법인의 투자를 유도하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라며 "전체 벤처투자 생태계가 활성화되려면 다양한 민간투자자들이 펀드에 출자해야 하는데 이를 유도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 대표는 호황기와 달리 오히려 어려울 때일수록 다양한 정책적 시도가 용인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일몰법으로라도 과감한 지원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이영 중기부 장관은 지난 4일 역동적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방안에 대해 △경기 불확실성에 대응한 벤처투자 활력 지원 △국내 민간자본 유입 확대를 위한 민간 벤처모펀드 조성 △글로벌 자본 유치 확대 △선진적인 벤처금융기법 도입 등 크게 4가지 축의 전략을 설명했다. 특히 국내 민간자본 유입 확대를 위해 민간 벤처모펀드 출자법인은 최대 8%까지 세제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개인 투자자는 10% 소득공제를 받도록 했다. 민간 벤처모펀드는 정책금융 출자 없이 민간 출자금으로 펀드를 조성하고, 벤처펀드(자펀드)에 출자하는 민간형 재간접펀드를 말한다.
 
당장의 벤처투자시장 악화를 막기 위해 우선 세컨더리벤처펀드 활성화에 힘을 써 분위기 전환부터 도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위윤덕 디에스자산운용 대표는 민간 벤처모펀드의 혜택을 세컨더리벤처펀드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컨더리벤처펀드는 다른 벤처펀드가 보유한 창업·벤처기업의 구주를 매입하거나 펀드의 기존 출자자 지분을 거래하는 성격의 펀드다. 위 대표는 "세컨더리벤처펀드가 원활해야 벤처기업의 신규 펀딩 과정이 원활하게 이뤄진다"며 "민간 벤처모펀드에 준하는 혜택을 통해 창업투자회사들의 세컨더리벤처펀드 마켓 활성화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숨통을 틔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지금처럼 상장기업의 주가가 폭락하고 IPO 시장의 문이 닫혀버리면 벤처기업의 유동성없는 자산은 거래되기가 어렵다. 펀드에서는 다른 회수 방법이 없으니 낮은 가격에라도 거래시키려 하는데 이는 벤처기업의 평판을 낮춰 펀딩시에도 악영향을 준다"며 "경색된 부분들을 풀어서 전 주기에서 순환이 잘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종윤 타임웍스인베스트먼트 대표 역시 세컨더리벤처펀드가 활성화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나 대표는 "다행히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꺾이면서 환율이 빠지는 등 약간의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며 "세컨더리벤처펀드나 코스닥 시장 활성화가 이뤄져야만 투자에 대해서 전향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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