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 참석한 국가들이 기후 변화 피해를 본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기금 마련에 합의했다. 다만 보상금을 마련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아 '상징적 선언'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20일 환경부에 따르면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COP27은 이날 최종합의문인 '샤름엘셰이크 이행계획'을 채택하고 폐막했다.
COP27은 당초 지난 18일 폐막 예정이었지만 합의문 채택이 난항을 겪으면서 이날까지 협상이 이어졌다.
이번 협상의 최대 쟁점은 기후변화에 대해 선진국이 피해 개발도상국에 자금을 지원하는 '손실과 피해' 기금 조성 문제였다.
이는 아프리카, 아시아 개도국과 카리브해, 남태평양 섬나라들이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해왔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 등은 수조 달러에 이르는 재정적 부담을 우려해 기금 조성에 소극적이었다.
이번 합의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수년간 기후 변화 관련 대책을 주장한 개도국의 승리이자 지구 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의 주요 걸림돌을 제거한 것"이라고 이번 총회의 의미를 평가했다.
다만 각국이 어떤 방식으로 기금을 부담할지 등 구체적인 운용 방법은 논의되지 않아 상징적 선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유럽의 기후정책을 조율해온 프란스 티메르만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지금은 기후위기 대응의 성패가 좌우되는 시기"라며 "그런데 우리 앞에 놓인 것은 인류와 지구가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손실과 피해 기금과 함께 최대 쟁점이었던 '모든 화석연료의 단계적 감축'은 당사국 모두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이는 지구 온도 상승 폭 1.5도 제한 목표 달성을 위해 석탄 외 석유, 천연가스 등 모든 화석연료의 단계적 폐지하자는 내용이다. 중국과 사우디, 에너지가 부족한 아프리카 국가들은 부정적 입장을 내놓으면서 진전된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케이티 화이트 세계자연기금(WWF) 이사는 "탄소 배출량을 긴급하게 대폭 줄이지 않는 한 '손실과 피해' 보상은 기후재앙에 대한 계약금이 될 위험이 있다"며 "모든 화석연료의 단계적 중단 없이는 우리 건강과 안보는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총회에는 198개 당사국과 산업계, 시민단체 등에서 3만여명이 참석했다.
우리나라는 한화진 환경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관계부처와 전문가로 구성된 정부대표단이 참석했다. 정상세션에는 나경원 기후환경대사가 대통령 특사로 참석했고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장도 당사국 총회에 참여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 15일(현지시각)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고위급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