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Pick!
12월 29일(목) 토마토Pick은 2022년을 보내면서 기억하고 싶은 이름을 불러봅니다. 그 이름은 ‘허대만’입니다.
허대만이라는 사람
허대만은 1992년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천하겠다며 고향인 포항으로 내려가 1995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됐습니다. 이 때는 정당 공천이 없었습니다. 26세로 최연소 당선자였습니다. 촉망받는 정치인으로 수도권에 출마하라는 권유도 있었지만 포항에 머물렀습니다. 이후 그의 정치 인생은 낙선의 연속이었습니다. 1998년 경북도의원 선거에 떨어진 이후 2002년 노무현 후보 대선 캠프에 몸담고, 2004년 열린우리당 창당 멤버로 본격적으로 정치에 투신한 이후 2008년 국회의원 선거, 2010년 포항시장 선거, 2012년 국회의원 선거, 2013년 국회의원 보궐선거, 2018년 포항시장 선거, 2020년 국회의원 선거에 이르기까지 7전7패를 기록했습습니다. 그리고 2022년 8월 22일 53세의 젊은 나이에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더 많은 허대만을 만들어 낸 현행 선거법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지역주의 완화라는 목표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합니다. 그런데 온갖 잔머리를 굴리다가 정의당 등 소수 정당이 요구했던 ‘완전한 연동형’이 아닌 조잡한 방식의 ‘준연동형제’를 도입합니다. 그 결과 2020년 총선에서 '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을 ‘소선거구 단순다수제+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출하게 됩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너무 복잡해서 설명을 포기하겠습니다. 어차피 없어져야 할 법률이고, 조잡하기 이를 데 없어서 설명하기도 힘듭니다. 현행 선거방식은 더 많은 허대만을 만들어내는 결과를 초래했음은 분명합니다. 혹시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관련기사 링크 걸어드립니다.☞관련기사
'위성정당 사태' 발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서 2020년 총선에서는 역사상 전문후무한 ‘공식 위성정당’이 출현합니다.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으로는 미래한국당이, 민주당의 위성정당으로는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이 등장합니다.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었던 총선이었습니다. 그 결과 300석 중 민주당과 그 위성정당이 183석, 자유한국당 103석, 정의당 6석, 국민의당 3석, 무소속 5석으로 양당 구조가 오히려 공고해졌습니다. 이 선거에서 허대만은 포항시남구울릉군에 출마해 34.31%의 득표율로 낙선했습니다.
'허대만법'이 필요한 이유
허대만이 세상을 떠난 후 많은 정치인들이 지역주의의 벽에 가로막힌 허대만의 삶을 돌아보며 이 땅에 허대만 같은 사람이 다시 나타나서는 안된다는 문제의식이 싹텄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법률이 ‘허대만법’입니다. 특정 정당이 한 지역을 싹쓸이하는 현행 선거구제도를 그대로 둬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문제제기가 거의 20년 만에 되살아난 겁니다.
김두관, ‘허대만법’을 발의하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허대만이 세상을 떠난 열흘 후인 지난 9월1일 ‘허대만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이후 여러 국회의원들이 잇따라 비슷한 법안을 발의하면서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현재 발의된 법안을 하나하나 정리해드리겠습니다.
① 김두관 의원 법안
김두관 의원이 9월 1일 내놓은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관련기사
-전국 단일 권역→6개 권역 분할 : ▲서울특별시 ▲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 경상남도 ▲대구광역시, 경상북도 ▲인천광역시, 경기도, 강원도 ▲광주광역시, 전라남도, 전라북도, 제주도 ▲대전광역시, 충청남도, 충청북도, 세종특별자치시
-지역구 의원 정수 : 권역별로 인구비례로 의석수를 정하고 지역구 조정
-권역별 비례대표 정수 : 해당 권역의 지역구 국회의원 정수의 비율에 따라 정하도록 함
-비례대표 선출방식(개방형 명부제) : 비례대표선거에서 투표자는 정당별 투표용지를 선택한 후, 후보자명부에서 후보자를 선택해 기표
-당선자 결정 방식 : 후보자가 권역 내 총 득표수 5%이상인 경우 후보자명부 순위와 상관없이 당선인으로 결정하며, 그 외 경우는 기존 정당이 추천한 후보자 순서에 따라 당선인을 결정하도록 함
② 이상민 의원 법안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10월4일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관련기사
-소선거구제→중대선거구제 : 지역구 크기를 늘려 한 지역구에서 4~5명의 의원 선출
-지역구의원 축소, 비례대표 확대 : 지역구 의원 253석→127석, 비례대표 47석→173석
③ 박주민 의원 법안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12월 26일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관련기사
-소선거구→권역별 대선거구 : 17개 시·도를 단위로 하는 권역에서 다수 선출
-당선자 결정 방식 : 권역별 정당 득표율 따라 정당별 의석수를 확정한 후 정당 내에서 후보자 득표순으로 당선자 결정
-북유럽식 조정의석 도입 : 지역구 의원은 선출하지 못했지만 정당 투표율이 높은 '과소대표' 정당부터 차례로 배분
-석패율제 도입 : 위성정당 출현 방지
2023년에는 반드시 선거법 개혁을
특정 지역을 특정 정당이 독식하는 구도는 1988년 총선에서 대구경북의 민주정의당, 호남의 평화민주당, 부울경의 통일민주당, 충청도의 민주공화당이 분할 독점하면서 생겨났습니다. 이후 많은 정치인들이 지역주의 구도 타파를 위한 선거제도 개혁을 주장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지역분할 구도를 해소하는 방안의 하나로 소선거구제와 지역별 비례대표제를 혼합한 독일식 정당명부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하라."☞관련기사
-노무현 전 대통령 : "한 정당이 특정 지역에서 2/3이상 의석을 독점할 수 없게 선거법을 개정해달라. 이런 저의 제안이 현실화되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 또는 정치연합에 내각 구성 권한을 이양하겠다" "독일식 선거제 또는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면 지역 구도가 아닌 정책 구도로 재편하는 제도적 환경을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권력을 한 번 잡는 것보다 훨씬 큰 정치적 진보를 이룰 수 있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 문화는 덤이다."☞관련기사
-문재인 전 대통령 : "의석수가 줄어들더라도 호남과 영남에서 특정 정당이 싹쓸이하는 지역주의 해소가 중요하다.”☞관련기사
-허대만 : "현행 선거제도는 지역구도를 강화할 뿐이다. 개인의 결단과 희생으로 극복할 문제가 아니다.”☞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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