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전장연 시위', 시민 대립으로 가서는 안 된다

입력 : 2023-01-09 오전 6:00:00
아마도 지난해 시민들로부터 가장 비판을 많이 들은 단체를 꼽으라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이 우선순위에서 빠지지 않을 것이다. “시민들을 볼모로 불법적인 집단행동을 하는 전장연에 대해서는 반드시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시민들의 비판 지점이다. 지하철에서 전장연이 시위하는 모습을 본 한 시민이 “일하러 가야 한다”는 취지로 전장연에 항의하는 모습을 본 적도 있다. 
 
전장연의 시위에는 전장연 측 사람들과 막아서는 경찰, 교통공사 직원, 그리고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이 자리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이 있고, 책임을 진 사람은 자리에 나타나지 않는다. 책임과 권한을 지는 사람들이 TV를 통해서나마 전장연의 시위를 보면 무어라 생각할지 궁금하다. 그저 시민의 발을 묶는 불법 시위로만 이 상황을 이해하고 있을까?
 
전장연의 시위에는 약자의 투쟁이 시민과의 대립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전장연의 요구는 장애인에 관한 것이나 그것으로 그치지는 않는다. 사회적 약자의 사회적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은 언제든 사회적 약자가 될 수 있는 위치에 선, 그리고 사회적 약자임에도 스스로 자신의 위치를 잊은 이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싸움은 점점 약자와 약자의 갈등으로 번져갈지 모른다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사회적 약자의 시위라 해도 법적인 테두리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법무부나 행안부, 경찰이나 검찰과 같이 법을 다루는 부서에서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가 법을 지키며 권리와 권한을 쟁취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우리 역사가 그것을 증명한다. 성별, 인종, 그리고 장애가 다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법이, 사회가, 제도가 사회적 약자를 위해 변화해갔다. 
 
최근 들어 서울시의 강경 대응으로 긴장감은 높아지고 갈등도 깊어지는 것 같다. 서울교통공사가 전장연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법원은 2024년까지 19개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전장연은 열차 운행 시위를 5분 넘게 지연할 경우 1회당 500만 원을 공사에 지급하도록 강제 조정을 했다. 전장연은 이를 수용했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1분만 늦어도 큰일나는 지하철을 5분이나 늦추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고 밝혔다. 
 
서울시가 법원의 조정을 받아들이면서 전장연 측과 대화를 해나가는 것으로 결정을 하면 어떨까 싶다. 오세훈 시장은 문제 해결을 위한 합리적이고 유능한 지도자의 이미지가 강하다. 사실 장애인들의 지하철 시위는 갑자기 최근에 시작된 것이 아니다. 지난 2002년 리프트 추락으로 장애인이 사망하는 등 피해가 빈번해지자 그들이 거리에 나선 것이다. 당시 이명박 시장은 모든 지하철역에 장애인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고 하였지만 이는 실현되지 않았다. 이후 박원순 시장도 똑같은 약속을 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오세훈 시장도 2024년까지 설치하겠다고 전임 시장과 같은 약속을 하였다. 
 
정치는 자신만의 가치, 원칙을 내세우며 국민의 마음을 얻고자 한다. 하지만 국민이 원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과 국민을 대하는 성품에 더 주목할 것이다. 다행히도 최근 전장연이 시위를 중단하고 오세훈 시장과의 면담을 추진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도 만남에 응하겠다고 했다.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로 다가갈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는 듯하다. 서울시와 전장연이 모두 양보할 것은 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전격적인 대화가 이루어져 결실을 보기를 바란다. 사회적 약자의 투쟁은 당사자들의 권리 쟁취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더 많은 사회적 약자, 나아가 우리 시민의 더 나은 권리 쟁취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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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