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에서 입국자들이 입국장으로 들어서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인천국제공항의 면세점 입찰이 시작되면서 대기업의 참여 여부에 관심이 쏠립니다. 우리나라 관문이란 인천공항의 상징성을 생각하면 대기업이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지만 구역별로 온도차가 클 것으로 보입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의 면세 사업권은 기존 15개 사업권이 7개로 통합됐습니다. 이중 대기업 몫으로 나온 사업권은 5개이며 입찰 제안서 마감은 다음달 22일입니다.
입찰 경쟁이 본격화했지만 업계 분위기는 오히려 차분합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리며 앞다퉈 면세점 입찰에 뛰어들었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는 입찰에 따른 실익을 따져보는 것이 우선이 됐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원래도 공항 면세점은 높은 임대료에 수익이 나는 사업장이 아니었습니다. 그간 업체들은 시내 면세점에서 번 수익으로 공항 적자를 상쇄했는데, 지금은 시내면세점 사정이 더 바빠지면서 운영해도 손해만 늘어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올해는 면세점 큰 손인 중국 여행객이 다시 돌아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중국발 확진자 유입에 대한 우려로 방역조치가 강화된 탓에 업황 회복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옵니다.
이번 입찰에 여객당 임대료 방식이 도입된 점도 변수입니다. 이 방식은 공항 여객 수에 사업자가 제안한 여객당 단가를 곱해 임대료를 산정하는 겁니다. 고정임대료 방식이 폐지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모든 여객이 출국시 면세점을 이용하는 것은 아니기에 저마다 득실을 따지는 셈법이 복잡해진 겁니다.
그럼에도 대기업 면세업체들은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2일 공항에서 열린 사업설명회에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참석했습니다. 업황 회복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인천공항 면세점의 상징성을 감안하면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겁니다.
다만 적자가 누적된 만큼 무리하게 경쟁을 펼치지 않겠다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출혈경쟁을 할 여력이 없다"고 토로합니다.
반면 일각에서는 유찰될 수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레 제기됩니다. 구역별로 선호도가 다르기 때문인데, 위치와 접근성은 물론 매장구성과 판매품목 등도 잘 따져봐야 합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입찰 대상 사업권은 향수·화장품, 주류·담배를 판매하는 DF1·DF2, 패션·부티크 판매하는 DF3·DF4, 부티크 판매하는 DF5 구역으로 나뉩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특정 구역은 아예 검토도 하고 있지 않다"며 "아무리 인천공항 면세점이 적자를 보는 구조라고 해도 입점 후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일부 구역은 매장구성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구조도 비효율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