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난방비 폭등에 화난 민심을 잡기 위해 ‘횡재세’와 도매단가 공개 등 당정의 정유사 압박수단이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난방업체는 관심 밖입니다. 도시가스 공급단가를 정부가 정해 수익성이 제한받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상한파에 난방수요가 늘면 공급경쟁 없이 일정 수익을 보장받는 이들 업체도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13개시와 인천광역시 5개구 지역 도시가스 공급 독점권을 가진 삼천리는 공급량 기준 국내 시장점유율 1위입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실적이 급성장했습니다. 작년 3분기 영업이익은 219억여원으로 전년 동기 41억여원보다 434.1% 증가했습니다. 작년 12월말 한파가 절정에 올라 난방수요가 급증한 만큼 4분기 실적도 좋아보입니다. 이상한파가 계속될수록 수요가 늘어 실적은 오르게 됩니다.
최근 재고평가이익, 정제마진 상승 등에 힘입어 실적이 좋았던 정유사들이 직원들에게 높은 성과급을 지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름값 규제 입법 논의가 불붙었습니다. 게다가 최근 난방비 고지서를 받아든 민심이 흉흉해 정치권이 네탓공방을 벌이는 중입니다. 자연히 야권이 내세운 횡재세와 정부여당이 대안으로 세운 기름값 도매단가 공개 법안도 힘을 받습니다. 정유사에 난방비 불똥이 튀는 형국입니다.
도시가스업체는 정부와 지자체가 공급단가를 제한하면서 높은 수익성을 챙기진 못하지만 경쟁이 없어 적자를 보는 경우가 드뭅니다.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자 가스공사 적자가 심해지고 가스요금 인상, 채권발행 규모 확대 등으로 국민과 정부가 고통받는 상황과 대조적입니다.
이런 가운데 도시가스업체 중 상장회사인 삼천리의 경우 보수 책정의 적정성 문제도 지적받습니다. 작년 3분기말 기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이만득 명예회장(미등기)이 회사에서 가장 많은 보수(7억600만원)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억700만원은 급여, 2억9400만원을 상여로 지급받았습니다. 상여는 격월 단위로 100%를 지급받는 식으로 연 650%를 정기적으로 지급받고 설날과 추석에 각각 월보수의 100%인 명절상여금도 따로 받습니다. 회사 등기이사 1인당 평균보수액 3억52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도시가스가격 산정 구조는 도매요금이 가스공사 및 산업통상자원부 승인 아래 정해진 다음 원료 비용 측면(도시가스업체 공급단가)에서 변동분이 가산돼 최종 소비자가격이 책정됩니다. 소매요금 조정을 통해 비용이 최종소비자에게 전가(개별 지자체 승인 필요)됨으로써 도시가스업체가 일정 규모 이윤을 안정적으로 회수할 수 있습니다.
국내 도시가스 공급업은 설비의 중복투자 방지 등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도시가스업체에게 지역별 독점권을 부여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진입장벽이 높고 경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습니다. 정부는 1999년 독점체제인 가스 산업의 효율성을 제고하고자 '가스산업구조개편 기본계획(안)'을 발표해 도매부분의 단계적인 민영화와 소매부분의 경쟁체제 도입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거액의 초기 투자 비용이 소요되는 배관망 설치에 대한 중복투자, 사용자 설비가액 중복부담 등 투자효율성이 떨어질 것에 대한 우려 등으로 사실상 경쟁도입제도 추진이 중단돼 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