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범 현대가의 유서 깊은 HMM을 인수할지 재계의 관심이 쏠립니다. 인수 후보군 중 현대글로비스가 거론되는 가운데 사내 정 회장 보유 지분 20% 가치를 높이는 데 유효하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다만 경기침체기에 돌입해 HMM의 적정가격을 측정하기 쉽지 않고 기존 현대차가 영위해온 해운업의 안정성을 떨어뜨릴 염려도 제기됩니다. 

 

16일 해운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HMM의 경쟁력은 국제적으로 우수하다”라며 “현대글로비스가 인수하면 정 회장의 지분가치를 높이는 데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이 HMM을 인수하는 데 재계가 기대감을 보입니다.

 

산업은행이 매각 자문사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시장에선 현대차그룹 현대글로비스를 비롯해 포스코, LX, SM 등이 인수 후보군에 거론됩니다. 그 중 현대글로비스는 종합물류업체로 해운업도 영위하는 점에서 인수 시너지가 가능해 보입니다.

 

마침 현대글로비스는 정 회장이 지분 20%를 보유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기업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더욱이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 현대자동차로 연결된 순환출자고리를 풀어야 할 숙제도 아직 남아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여러 순환출자 고리를 통해 주요 계열사에 대한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문제를 보완하고 있습니다.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를 높이면 이 문제를 해소하는 데 유리하다는 관측입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18년 3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간 분할 및 합병 계획을 제시했다가 일부 주주 반대로 불발됐습니다. 이후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내놓지 않은 채 전동화 사업 전환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지배구조 개편은 우선순위에서 밀렸습니다.

 

하지만 2022년 1월 공정거래법 사익편취규제 해소 차원에서 정 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3.3%와 정몽구 명예회장 지분 6.7%를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에 매각한 바 있습니다. 사모펀드의 출구전략을 위해서도 지분 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상존합니다.

 

HMM 시가총액은 최근 10조원 수준입니다.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주가수익비율(PER)은 0.94배로 업종 평균 1.26배보다 저평가받고 있습니다. 부채비율도 36% 정도로 인수 후 부채부담도 덜합니다.

 

HMM 내 산업은행 20.69% 등 공공기관 지분은 총 45.67%입니다. 해당 지분 인수대금은 시가총액 기준 4조5670억원이고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해집니다. 현대글로비스의 현금성 자산은 2조원 정도로 인수 시 차입 또는 계열사 지원도 필요해 보입니다.

 

현대글로비스는 기존 HMM으로부터 벌크선대 중 건화물선을 2030년까지 장기운송계약하는 등 협업해왔습니다. 다만 해운사는 호황기엔 고수익을 창출했다가 침체기엔 과당경쟁으로 과거 STX 팬오션, 대한해운이 매각되고 한진해운이 청산된 리스크도 있습니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의 자동차 운송 해운 사업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이 사업은 선사들의 시장 진입이 제한적으로 진입장벽이 높아 용선료 변동성이 낮은 강점이 있습니다. 현대글로비스가 HMM을 인수하면 이런 안정성이 희석될 것이란 시각도 있습니다.

 

한편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인수를 전혀 검토한 바 없다"라고 가능성을 부인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