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5G가 상용화된 지 5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국민들의 생활은 LTE 때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실내 커버리지가 부족해 여전히 LTE 우선모드를 이용하고 있고, 지방의 경우에는 실외 커버리지마저도 충분치 않습니다. 상용화 이후 1년6개월 만에 완성된 LTE 전국망으로 음성·텍스트 중심에서 동영상으로 일상이 변화한 것과 대조적인 상황입니다. 불완전한 5G 서비스 속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미 시작된 6G 경쟁에 본격 참여한다고 밝혔습니다. K-네트워크 2030 전략을 내놓으며 6G 원천기술을 위한 연구개발(R&D)뿐만 아니라 표준 주도, 6G와 이종산업 간 융합 촉진에도 나서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중국 견제구로 6G에 30조 쏟아 붇는 미국
과기정통부가 내놓은 K-네트워크 2030 전략은 이미 시작된 6G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출발했습니다. 5G 기술과 시장 주도를 놓고 중국과 대립하던 미국은 가장 먼저 6G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또 지금까지 글로벌 국가 중 가장 많은 금액을 6G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은 2017년 JUMP 프로젝트를 통해 2615억원 선제적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이후 2021년에는 6년간 약 30조원을 6G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유럽도 6G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핀란드가 2018년 3359억원 규모의 6G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발표한 이후 유럽연합(EU)이 2021년 1조2000억원을 6G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독일도 6G 이니셔티브를 위해 9300억원을 2025년까지 투입합니다. 유럽 전체로 따지면 2조4600억원 규모가 미래 네트워크에 투자되는 셈입니다. 아시아권에서는 중국이 2019년부터, 일본이 2020년부터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K-네트워크 전략 6G R&D 추진계획 브리핑. (사진=뉴시스)
5G 최초 상용화를 주도한 한국은 2021년이 돼서야 6G 원천기술개발을 위한 예산 1917억원이 확정됐습니다. 초성능·초대역·초정밀·초지능·초공간 등 5대 분야 원천 기술을 마련하고, 6G 표준 기반을 조성하기 위함입니다. 6G 상용화 기술과 개방형 무선접속망(오픈랜) 핵심 장비 기술 등 6G 산업기술개발을 위한 예산 6253억원은 아직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으로 선정돼 평가가 진행 중입니다. 평가를 통과해야만 내년부터 R&D 투자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6G 논의 본격화…정부 7~24㎓ 대역 표준화 추진
국내 6G를 위한 예산 배정이 난항을 겪는 사이 6G는 후보기술 연구 단계를 넘어 표준화를 위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2027년 열리는 세계전파통신회의(WRC)에서 6G의 주파수가 확정되는데, 이를 앞두고 각국은 원하는 대역이 6G 주파수가 될 수 있도록 선도적으로 제안하고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이에 앞서 20일부터 6일간 부산 벡스코에서 WRC를 준비하기 위한 제5차 아·태지역 회의가 열립니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표준화 논의가 시작된 셈입니다. 과기정통부는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등 관계기관과 함께 6G 7~24㎓ 대역의 표준화를 목표로 준비 중입니다. 아·태지역 국가들에게 선도적으로 제안하고 협력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과기정통부의 설명입니다. 7~24㎓ 대역은 지난해 3월 MWC에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의장이 언급한 중대역 주파수(7~15㎓) 검토 필요성, 지난해 말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7~24㎓ 대역의 중요성을 포함해 발표한 6G 비전 초안 등과 모두 궤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7~24㎓는 5G 3.5㎓ 대역이 지닌 용량의 한계와 28㎓ 대역 커버리지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3.5㎓ 대역은 커버 영역은 넓지만 통신 수용 용량은 100㎒ 수준에 그칩니다. 반면 5G 28㎓ 대역대는 용량은 800㎒로 크지만, 커버 영역이 좁아 기지국 등 설비를 다수 설치해야 합니다. 7∼24㎓를 활용함으로써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측 설명입니다. 최성호 IITP 통신네트워크PM은 "구상 중인 6G 대역은 기존 5G 3.5㎓ 대역의 커버리지와 동일하게 가져가면서 기지국 용량을 10배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존 커버리지 한계를 위해서는 인공지능(AI) 기술이나 초대량 안테나 소자 기반 기술을 준비 중입니다. 과기정통부는 6G R&D 개발과 표준화 본격화를 통해 이르면 2028년, 늦어도 2030에는 6G를 상용화한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김정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K-네트워크 전략, 6G R&D 추진계획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정삼 과기정통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은 "통신 서비스를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서비스 제공자의 사업 상황, 국민들의 수요가 만들어지는 여건이 되는지, 통신사 장비사 등의 전체적 상황을 고려해야 하지만, 주파수 자원 확보 논의가 진행될 때 확보될 수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며 "6G에서 패권경쟁이 가속화되고 있기에 우리도 선제적 대응으로 6G 표준 주도권 확보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