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동진 기자] 서울혁신파크 노동자들이 사업 종료로 일자리를 잃게 되자 2년의 유예기간을 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했으나 시는 정상적인 계약 만료 후 개발 계획을 진행하는 것이라며 일축했습니다.
서울혁신파크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사회적 기업과 시민사회단체들의 실험과 협업 거점으로 조성한 시설입니다. 지난해 12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해당 사업을 종료하고 그 부지에 코엑스급 50만㎡ 규모의 산업·문화·주거 시설 조성을 조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노동자들 “서울시가 실질적 사용자…고용 책임”
서울혁신파크 노동자들은 서울시가 시설의 예산 운영·편성 등에 관여하는 등 실질적 지배를 하는 사용자이기 때문에 일자리를 잃게 된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최근에는 노동자들이 이직 등을 계획할 수 있도록 융복합시설 착공 예정인 2025년 연말까지라도 사업을 유지해 유예기간을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서울시는 민간 위탁 사업의 경우 시의 사업 승인 계획이나 예산 편성 승인 계획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예산 운영·편성에 관여한다고 보일 수 있으나 모든 지자체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고용에 책임이 없다’는 확고한 판례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서울혁신파크 (사진 = 정동진 기자)
ILO 기본협약 ‘고용사항 결정권이 사용자성 인정 핵심’
그러나 2021년 4월 비준된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을 살펴보면, 사용자를 고용 조건을 결정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 또는 단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수·위탁 계약과 관계없이 고용사항에 대한 결정권이 있는지가 사용자성 인정의 핵심이라는 것입니다. 민간 위탁 형태라도 사용자성이 인정되면 단체협약에 임해야 할 의무자로 규정됩니다.
민주노총 법규국장을 맡고 있는 김미영 노무사는 “서울시가 (서울혁신센터에 대한) 예산이나 결산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고 예산 전부를 서울시에서 지급하고 있는 등 실질적으로 모든 권한은 서울시가 갖고 있다”며 “서울시가 해야 할 업무를 위탁을 해서 진행하고 있을 뿐 모든 것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공공기관이라도 (고용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병도 시의원 “서울시, 사업 종료 상관없이 공적기관 역할 수행해야”
이병도 서울시 시의원은 서울시의 공적 책임을 지적했습니다. “사업의 종료 여부와 상관없이 어쨌든 (서울혁신파크는) 공적 기관이고, 노동자분들은 공공기관에서 일하셨던 분들이기 때문에 서울시는 그분들의 고용승계 등을 위한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며 “공적기관의 책임에 대한 고민 없이 서울시가 책임이 없다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 “사업 종료로 채용 약속 어려워”
서울시는 작년 개발 계획을 구상한 부서로부터 서울혁신파크 운영을 종료해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기본적으로 공사를 위한 준비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서울혁신파크의 운영 종료를 2년간 유예해달라는 노동자들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간위탁 사무에 대해서는 (고용책임이) 수탁법인에게 있다는 지침이 명확하다”며 “시설이 계속 존속이 된다고 하면 (재)채용의 여지가 있겠지만, 지금은 저희가 문을 닫는 게 기본 입장이기 때문에 그분들의 일자리나 이런 부분에 저희가 약속을 해드리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혁신파크 (사진 = 정동진 기자)
정동진 기자 com2d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