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형마트 상생협약'…가이드라인화 우려 제기

"정부 우선순위 대기업 아니냐" 지적에
중기부 선 그어…"의무휴업일 온라인 배송, 법 개정돼야 가능한 일"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 대표성 강화·근로자 참석 요구도

입력 : 2023-04-04 오후 3:59:14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대형마트 규제 완화와 관련해 정부의 상생협약 추진이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율적으로 해야 할 일에 정부가 나서면서 자칫 가이드라인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전국소상공인위원회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소상공인·자영업 공익적 가치 보장을 위한 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배석희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과장이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국소상공인위원회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소상공인·자영업 공익적 가치 보장을 위한 방안' 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부터 윤석열정부 소상공인 정책평가 및 민주당 정책대안 모색 연속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3월21일 1차 총론 세미나 이후 이날 중소벤처기업부 소관 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2차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이동주 국회의원을 비롯해 배석희 중기부 소상공인정책과장, 정상희 민주연구원 연구위원, 자영업자 단체 등이 참석했습니다. 발제자로는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 김남녕 상도협동조합 부이사장, 김태을 도심제조업연대 공동대표가 나섰습니다.
 
세미나에서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정책자금과 대형마트 규제 완화, 골목상권 활성화, 지역화폐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특히 대형마트 규제 완화와 관련해 정부의 움직임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앞서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체인스토어협회,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전국상인연합회 등은 '대·중소 유통 상생협약식'을 열고 대형마트 영업제한시간과 의무휴업일에도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대해 정상희 민주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 온라인 배송과 관련해 정부가 상생협약을 체결한 것은 가이드라인이 돼 버릴 수 있는 우려가 있다‘며 "이미 지자체에서 자율적으로 하고 있는 부분인데 정부가 나서면서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정부의 대형마트 규제완화 중심의 골목상권 활성화 정책은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입법권을 침해하고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우려를 야기시키고 있다"며 "정부의 우선순위가 대기업에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정 연구위원은 기초지자체가 자율적 상생협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자체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에 근로자 대표를 참석시켜 유통산업발전법 시행규칙을 개정하고, 협의회 참석자의 대표성을 강화해 이견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중기부에서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온라인 배송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입니다. 배 과장은 "대형마트 규제완화와 관련해 협의체를 꾸려 계속 논의를 하고 있다. 정부의 입장은 무조건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법에 따라 지자체나 관계자들이 결정하면 된다는 것"이라며 "의무휴업일 온라인 배송은 법 개정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무조건 밀어붙여서 되는 것이 아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열린 '소상공인·자영업 공익적 가치 보장을 위한 방안' 세미나에서 소상공인 부채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소상공인의 부채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구체적이고 상시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차 본부장은 "코로나19 이전 600조원 수준이었던 소상공인의 대출금액이 이제는 10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비은행권 대출 중심으로 늘어나면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소상공인 희망 적금을 도입해 안전자산을 마련해 소상공인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한 △소상공인 정책자금 고정금리 적용 및 절차 간소화 △폐업 및 재기지원 강화 △금융권 협약을 통한 지속적인 상생모델 개발을 제시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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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소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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