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자영업자 "코로나 빚 1000조원,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코로나19 인한 다중채무 고통 여전해"
"역대 최악의 상황…자영업자 부채 문제에 대한 과감한 정책 필요해"
"대환대출 방식은 문제 해결책 될 수 없어…적극적 대응 필요"

입력 : 2023-05-24 오후 5:00:05
 
 
[뉴스토마토 정동진 기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당시 생긴 다중채무로 인한 고통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전국골목상권활성화협의회,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 참여연대,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등은 24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자영업 부채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이들은 자영업자들의 다중 채무 상환 유예가 끝나는 9월이 오기 전에 '선 채무조정 후 재기 지원' 정책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영업자 대출 1020조 육박…56%는 다중채무자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을 통해 확보한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중 부채를 가지고 있는 비율은 55%로, 307만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20조원으로, 2019년 말(684조원) 대비 335조원이 증가한 수치입니다. 문제는 전체 대출자 가운데 56.4%(173만명)는 대출을 받은 금융기관과 개인사업자대출 상품 등의 종류가 3개 이상인 다중채무자라는 것입니다. 이들은 무리해서 대출을 받으며 '빚내서 견디기' 식으로 사업을 운영해 왔으나 더 이상은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저소득 자영업자의 부채 증가율은 2020년 22.3%, 2021년 17.3%, 2022년 18.1%를 기록하며 한국은행에서 정의하는 취약차주(다중채무·저소득·저신용)의 부채액이 100조원이 넘어가며 부채의 질 또한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9월 코로나19 대출 만기연장, 상환유예가 종료된다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연쇄적인 부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소상공인·자영업자 부채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최기선 인천 호프집 사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자영업자 "신용도 떨어뜨려 오라고 말하기도…현실적인 정부 정책 필요해"
 
기자회견에 참석한 소상공인들은 정부가 자영업자들의 현실에 맞는 실질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점주들이 최근 정부가 시행 중인 자영업자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을 신청했으나 단 한 사람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새출발기금 측에서 (점주들이) 지금의 기준으로서는 충족되지 않는다며 사장님들이 더 연체를 하셔서 신용도를 떨어뜨려 오시라고 말하더라"며 "이는 희망을 품고 찾아간 사장님들에게 삶을 포기하고 나락으로 떨어지라는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성원 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정부가 더욱 과감한 부채 탕감 프로그램을 통해 자영업자들의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정부가 현재 시행하고 있는 새출발기금의 장벽이 너무 높아 벼랑 끝에 서 있는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사무총장은 "경제 상황이 좋아서 소상공인들의 매출이나 실질 소득이 증가하면 그만큼 부채 문제에 대한 부담이 덜하겠지만, 지금은 역대 최악의 상황"이라고 설명하며 "윤석열대통령의 지난 대선 공약1호가 (자영업자들에 대한) 완전한 손실보상인 만큼 새출발기금을 넘어서는 보다 과감한 부채 탕감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현 정책은 채무 문제 벗어날 수 없는 폭탄 돌리기…과감한 정책 시행해야"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미국식 PPP(Paycheck Protection Program:고용을 유지하는 소기업 고용주에게 정부가 대출을 해 주는 프로그램)를 도입해 '선 채무 조정 후 재기 지원'의 방식으로 다중채무에 시달리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현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수백만에 이르는 자영업자들이 부채로 인해 경제활동 불능 상태가 되기 전에 소상공인들을 파산 면책시켜 새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박현근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장은 "올 하반기 자영업자 중에 채무자들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는데, 현재 나온 대책들은 대부분 대환대출 방식이라 채무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처럼 폭탄 돌리기 형식으로 추가대출을 해주거나 상환기간을 연장해 결국 자영업자들이 채무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게끔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이어 "신용회복위원회 중심의 채무조정은 한계채무자들을 채무의 늪에 오랜 시간 가두는 효과만 있기 대문에 내수경제 활성화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며  "가계부채의 핵심 코어가 자영업자의 부채인 만큼 정부가 현재의 비정상적인 상황을 좀 더 과감하고 적극적인 채무조정 정책을 시행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소상공인·자영업자 부채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정동진 기자 com2d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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