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차이나 리스크' 지속…"북미·유럽 시장 모색해야"

아모레·LG생건 2Q 실적, 컨센서스 하회
중국 소비 회복 지연…북미·유럽 채널 확대 필수
판로 확대 사전 작업 착수…R&D 지원 필요

입력 : 2023-08-0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고은하 기자] 'K-뷰티' 쌍두마차로 불리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2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전반적으로 저조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차이나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북미와 유럽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아모레퍼시픽 본사 전경. (사진=아모레퍼시픽)
 
1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090430)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적자를 기록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 -109억원에서 117억원으로 흑자전환했습니다. 하지만 매출은 1조3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4% 증가하며 사실상 제자리걸음에 머물렀습니다. 이마저도 지난해 2분기 저조한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로 업계 기대에는 못 미친다는 평입니다.
 
또 LG생활건강(051900)은 실적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2분기 매출은 1조807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 줄고, 영업이익은 1578억원으로 27.1% 감소했습니다.
 
이처럼 이들 기업의 실적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친 것은 리오프닝 국면에도 중국 수요 회복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은 까닭입니다. 그간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중국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요. 중국 리스크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업계는 뷰티 기업들이 중국을 넘어 북미나 유럽 시장에서 영역을 넓혀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한 뷰티 업계 관계자는 "중국 소비 회복 지연으로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화장품 회사들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북미와 일본, 동남아시아 등 시장으로 사업 다각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북미·유럽 시장 확대 사전 작업…제도적 지원 절실
 
일단 이들 기업은 이 같은 위기의식을 느끼고, 미국·유럽 등지에서 주요 상품의 판로 확대, 채널 입점을 늘리는 등 시장 확대를 위한 사전 작업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사업은 북미·유럽·일본 시장의 고성장에 힘입어 전년 대비 27.5% 증가한 372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요. 특히 북미와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성장세가 가파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북미에서 설화수와 라네즈 등 핵심 브랜드가 성장을 견인했다는 입장입니다. 라네즈는 첫 버추얼 스토어를 운영했고, 설화수의 경우 리브랜딩 캠페인을 강화하며 인지도를 높였습니다.
 
EMEA 지역에서도 라네즈의 역할이 컸습니다. 영국 럭셔리 뷰티 멀티숍 'SPACE NK' 입점을 비롯해 중동 세포라 진출 등으로 해외 실적을 견인하는 모양새입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현재 북미·유럽·일본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비중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아세안의 여러 국가들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LG생활건강은 북미 지역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미국 스타벅스와 아마존 출신 문혜영 부사장을 미주사업총괄로 영입해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9년 8월 인수한 '더 에이본 컴퍼니'의 사업 구조를 개선해 경영 환경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인데요. 효율적으로 사업을 운영해 성장을 모색하겠다는 계획입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럭셔리 브랜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클린 뷰티, 더마 브랜드, 인디 브랜드 등을 육성할 계획"이라며 "중국, 북미, 일본 등 해외에서 현지의 시장 상황과 LG생활건강 브랜드의 입지에 맞춰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이커머스를 통해 서비스, 마케팅 역량을 충족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 생활산업학과 교수는 "북미와 유럽에서는 중견기업 및 중소기업이 인디 브랜드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기업의 경우 인디 브랜드보다는 고급 브랜드를 만들어 장기적인 전략을 정립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뷰티 업계가 장기적인 투자와 고급화 전략으로 오래갈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지 못한다면 화장품 산업은 난관에 부딪힐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부존자원이 적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선 화장품이 제격이다. 때문에 (정부는) 규제를 풀어주고 연구개발(R&D)을 지원해 줘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고은하 기자 eunh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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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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