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지난해
KCC(002380)를 역대 최고 연간 실적으로 이끈 실리콘 사업이 올해는 KCC 실적을 끌어내리고 있습니다. KCC의 사업부문 중 건자재와 도료는 잘 버텨주고 있으나 실리콘 사업이 유난히 찬바람을 맞고 있는데요. 내년에 이 실리콘 자회사가 상장에 나서면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지난해 KCC는 역대 최고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KCC의 지난해 매출액은 6조7748억원으로 전년 대비 15.3% 늘었고, 영업이익은 4677억원으로 20.3%나 뛰었습니다. 실리콘 호황으로 자회사인 실리콘 기업 모멘티브퍼포먼스머티리얼스가 호실적을 견인했습니다.
그러나 올 들어 실리콘 사업은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실리콘 업황이 악화하고 중국의 저가 실리콘이 과잉 공급되면서 타격을 받았습니다. KCC 실리콘 사업의 매출은 지난해 3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모멘티브는 내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을 진행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상장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모멘티브의 가치가 재평가돼서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윤재성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모멘티브의 기업가치는 4조~6조원으로 추정된다"며 "동종업계와 비교가 가능한 시장에 상장되면 한국에서 인정받지 못했던 모멘티브의 가치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실리콘의 경우 중국의 저가 실리콘 초과 공급 이슈가 악화국면을 탈피하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미국 상장을 통해 SJL 파트너스 지분 등 2대 주주들의 원활한 엑시트와 모멘티브 인수 시 발행한 인수부채 감소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상장에 따른 부채 감소와 시너지 확대를 기대하는 전망입니다.
하지만 계획대로 IPO(기업공개)가 순탄하게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리콘 실적 부진으로 기업가치가 크게 떨어지게 되면 상장이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전 세계 경기가 녹록지 않은 것도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모멘티브의 정확한 상장 계획 등에 대해 KCC 측은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전했습니다.
만약 모멘티브 IPO가 무산되면 KCC에 리스크로 작용하게 됩니다. 앞서 KCC는 지난 2019년 모멘티브를 인수하면서 재무적투자자(FI)에게 5년 이내에 상장에 성공하지 못하면 모멘티브 지분에 대한 공동매도를 요구할 수 있는 드래그 어롱(drag along) 권한을 부여한 바 있습니다. 5년 이내가 도래하는 시점이 바로 내년 5월입니다. 드래그 어롱 행사에 KCC가 응하지 않게 되면 KCC는 투자금에 연 5%의 복리를 가산한 자금을 FI들에게 지급해야 합니다. 부채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투자금을 돌려주게 되면 KCC 입장에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IPO가 불발되더라도 KCC가 삼성물산 지분 9.3%를 포함해 약 2조 이상의 매도가능증권을 보유하고 있기에 추가 차입금 없이도 감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부담이 되는 방법이기에 KCC 측은 모멘티브의 향후 의사결정을 지켜본다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내년 경기 전망이 여전히 어두운 데다 건자재 사업이 올해보다 못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KCC의 근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