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연석·김수민 기자] 4월 치러지는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초선 의원에 도전하는 전·현직 검사들의 윤곽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뉴스토마토 전수조사에 따르면, 국회의원 선거를 89일 앞둔 12일까지 금배지를 달기 위해 출사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된 전·현직 검사는 모두 22명입니다. 당으로 구분하면 국민의힘 소속이 16명, 민주당 소속이 6명입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찐윤’…윤석열사단, 친구와 동기
수많은 전현직 검사들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대통령실에서 근무하던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과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입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할 때부터 함께해 윤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혔습니다.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 출신인 주 전 비서관은 부산 해운대갑 출마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곳에 지역구를 뒀던 하태경 의원은 지난해 10월 이번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알려진 이원모 전 비서관은 대구지검과 대전지검에서 검사로 근무했습니다. 서울 강남 출마가 거론됩니다.
윤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와 친구도 있습니다.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지낸 박성근 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은 윤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입니다. 부산 중·영도 지역에 출마 선언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석동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은 서울 송파갑에 출마 의사를 밝혔습니다. 송파갑 지역은 석 사무처장이 검사장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서울동부지검 관할 지역입니다.
이밖에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을 지낸 심재돈 인천 동미추홀갑 당협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과거 대검 중수부에서 ‘론스타 수사’를 함께한 경험이 있습니다. 대구 중·남구 출마를 선언한 노승권 전 대구지검장은 “윤 대통령과 4번 같이 근무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신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지역 당협위원장부터 차근차근
지역에서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며 총선에 도전하는 인물들도 있습니다. 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출신인 곽규택 변호사는 지난 20·21대 총선에 이어 다시 부산 서·동구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국민의힘 부산시당 대변인, 법률전문위원 등으로 할동했습니다.
대구지검 차장 출신인 최기식 변호사는 의왕·과천 당협위원장으로 활동하다 이번에 이 지역구 예비후보로 등록했습니다.
이정만 전 천안지청장은 천안을 당협위원장으로, 김진모 전 서울남부지검장은 충북 청주 서원당협위원장으로, 박경호 전 대검 중수부 1과장은 대전 대덕구 조직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이번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습니다.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은 충북도당위원장으로 활동하다 국민의힘 청주상당구 예비후보로 등록했습니다. 이밖에 박용호 전 마산지청장이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에, 최용규 전 부산지검 서부지청장이 경북 포항 남·울릉에 도전장을 냈습니다.
현직에서 바로 총선에 나서 논란이 된 검사도 있습니다. 김상민 대전고검 부장검사입니다. 검사 신분으로 총선 준비를 한 것이 알려져 감찰을 받는 중이었는데, 출마 선언까지 했습니다. 그는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에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대검은 김 검사를 정치적 중립의무위반으로 12일 법무부에 중징계를 청구했습니다.
“반윤·검찰정권 견제”…민주당으로 간 검사들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를 준비 중인 검사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검사 출신인 윤 대통령과 윤석열 사단, 심지어 친정인 검찰까지 비판하면서 자신들은 결이 다른 검사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문재인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 등을 지낸 이성윤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지난 8일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하면서 사실상 총선 출마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아직 민주당에 입당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전주 전략공천설이 돌고 있습니다. 그는 “윤석열 사이비 정권을 끝장내고, 윤석열 사단을 청산하는 데 최선봉에 서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추미애 사단으로 분류되는 수원지검장 출신 신성식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지난 10일 출판 기념회를 열었습니다. 그는 출판기념회에서 “검사는 사유화할 수도 없고, 사유화해서도 안 된다”며 윤석열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자신의 고향인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지역구에 출마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변호인을 맡았던 박균택 전 광주고검장은 “윤석열·한동훈의 검찰독재를 끝장낼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출마 지역구는 광주 광산갑입니다. 민주당 법률위원장인 양부남 전 부산고검장은 광주 서구을에 도전합니다. 그는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리는 윤석열정부에 분노한다”며 “국회서 견제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밖에 이재명 대선캠프 법률특보단장을 맡았던 김하중 전 목포지청장은 경기 화성을에, 신현성 전 전주지검 부장검사는 충남 보령·서천에 도전장을 냈습니다.
검사들의 총선 러시…‘검찰의 정치화’ 우려
법복을 벗은 검사들이 여의도에 입성하려고 문을 두드리는 모습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범죄나 부패와 싸워온 검사 출신에 대해 ‘청렴’, ‘강직’, ‘대쪽’의 이미지가 있어 정당에서도 검사 출신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어느 정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검사들의 총선 행보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과거와 달리 좋지 않아졌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사 출신 대통령과 여당 비대위원장이 나오고, 검찰 출신 인사들이 정부 요직에 등용되는 윤석열정부의 분위기 때문에 많이들 도전하는 것 같다”면서도 “다만 ‘검찰의 정치화’가 이전보다 가속화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예를 들어 검사를 하다가 정치권에 입문할 사람이라면 선거사범을 어떻게 다루고, 국민들이 그 수사 결과를 어떻게 믿겠는가”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국회의원의 임무 중 하나가 입법인데 일선에서 쌓은 법률가의 실무경험은 입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사직 후 일정 기간을 두고 선거에 도전할 필요는 있다”고 밝혔습니다.
바람에 휘날리는 검찰 깃발. (사진=뉴시스)
유연석·김수민 기자 ccb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