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경영권 분쟁은 한미약품그룹만의 문제로 부각되지만 OCI그룹도 불안하단 관측이 나옵니다. 당초 OCI 인적분할 과정에서 친인척들이 지주사 현물출자에 응한 것은 경영권 확보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OCI는 인적분할 후 현물출자를 통해 이우현 회장의 홀딩스 내 지분율을 높였습니다. 분할 전 5.04%. 분할 후 6.55%가 됐습니다. 그런데 이우현 회장의 숙부들도 현물출자 공개매수에 응했습니다. 그래서 이화영 유니드 회장은 5.43%에서 7.41%가 됐습니다. 이복영 SGC그룹 회장도 5.4%에서 7.37%로 올랐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인적분할 후 OCI홀딩스와 OCI는 이중상장 구조가 됐다”며 “OCI 사업회사에 투자가 쏠리며 성장성이 부각되면 상대적으로 지주사는 저평가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홀딩스로 주식 전부를 옮긴 것은 주식가치와 무관한 경영권 목적이 더 강하다는 해석입니다.
실제 경영권 목적이 없는 금호석유화학과 SK실트론은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지분 구조는 사업회사와 홀딩스 지분율이 똑 같습니다. 금호석유화학이 지주사와 자회사 내 각 1.25%, SK실트론이 각 2%씩 가졌습니다.
앞서 금호석유화학이 자사주를 교환하고 SK실트론이 상속 주식 일부를 인수하는 등 이우현 회장 우호주주로 분류됐던 양사입니다. 하지만 현물출자를 거부해 이 회장으로선 지배력을 더 키울 기회를 놓친 셈입니다. 지주사 내 희석지분이 줄어 친인척 지분만 되레 전보다 늘었습니다.
결국 분할 전 부족했던 지배력 문제가 분할 후에도 지속됩니다. 만약 숙부들이 반기를 들면 표대결이 불확실합니다. 이번 한미약품그룹과의 주식교환도 그런 배경 아래 지배력 강화 목적이란 시각이 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금호석유와 SK실트론은 사업제휴 명분으로 OCI와 주식 거래를 했다. 지분가치가 떨어지면 모회사 지분을 팔 수도 있는 것. 이는 거래관계에서 양사에 대한 OCI 가격협상력을 떨어뜨릴 부담요소”라고 지목했습니다. 또한 “KT 회장 인선 때도 우호지분으로 믿었던 현대차가 돌아서지 않았냐”며 “그룹 간 이해관계는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한미약품 내 분쟁은 이우현 회장에게도 절실한 셈입니다. 한미약품 일가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홀딩스 내 지분을 확보하면 숙부들 지분은 희석됩니다. 하지만 숙부들은 침묵하고 있습니다.
한편, 거래 완료 후 한미약품 일가는 OCI홀딩스 내 10.4% 지분을 확보합니다. 한미-OCI 통합계약은 한미사이언스 주식양수도 2775억원, 한미사이언스 구주 현물출자 및 OCI홀딩스 신주발행 2528억원,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 및 OCI홀딩스 인수 2400억원 등 총 7703억원 규모입니다. 주식 취득예정일은 오는 6월30일입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