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연석 기자]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검찰이 기소한 지 4년 11개월 만입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부장판사 이종민 임정택 민소영)는 26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검찰이 공소사실에 적시한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는 총 47개입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 공무상비밀누설, 블랙리스트 작성,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입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모든 범죄 혐의가 죄가 없다고 봤습니다. 하급자들의 일부 직권남용죄가 인정될 수는 있으나,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범행의 공모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기소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도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앞서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징역 7년을,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에게 각각 징역 5년, 징역 4년을 구형했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 취임 후 임기 6년 동안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박 전 대법관, 고 전 대법관 등에게 반헌법적 구상을 보고받고 승인하거나 직접 지시한 혐의로 2019년 2월11일 구속기소됐습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수사를 지휘했고, 3차장검사였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수사팀장을 맡아 수사했습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추진 등으로 법원의 위상을 강화하고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각종 재판에 개입하고, 대내외적으로 비판 세력을 탄압했으며 부당한 방법으로 조직을 보호했다고 의심했습니다.
양승태 “당연한 귀결”…검찰 “법리 분석 후 항소 여부 결정”
공소장이 접수된 뒤 1심 결과가 나오기까지 4년 11개월, 일수로는 1810일이 걸렸습니다. 공판 횟수만 준비기일을 포함해 약 290차례입니다.
재판 기간 중 양 전 대법원장이 폐암수술을 받아 두 달가량 재판이 열리지 못하기도 했고, 재판부가 변경되면서 갱신 절차에만 7개월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 기간 법정에선 과거 증인신문 녹음파일만 재생되는 상황도 벌어졌습니다.
그러면서 이 재판은 ‘재판 지연’의 대표 사례로 꼽혔습니다. 그 사이 사법농단에 기소된 판사들은 대부분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유죄 판단을 받은 사람은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 2명뿐입니다.
선고 직후 서울중앙지검은 “1심 판결의 사실인정과 법리판단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당연한 귀결”이라며 “명쾌하게 판단해 주신 재판부께 경의를 표한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른바 '사법농단'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연합뉴스)
유연석 기자 ccb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