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빠진 독' CGV, 신종자본증권 미매각…팬데믹 후 자금조달 2조

1200억 발행 수요예측서 240억 주문 그쳐
자본확충 급한 CGV, 잇따른 자금조달에 주가도 급락

입력 : 2024-03-0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CJ CGV(079160)가 12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공모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목표액을 채우는 데 실패했습니다. 대다수 기관 투자자들이 외면한 것으로 보입니다. CJ CGV의 이번 자금조달은 지난해 12월 2500억원의 공모채 발행 3개월 만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부족 자금과 차입금을 자본확충으로 충당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시장 기대 못 쫓아간 CGV, 회사채 시장 훈풍에도 흥행 실패
 
CJ CGV가 1200억원 규모의 공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목표액 조달에 실패했다. (사진=뉴시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CJ CGV는 12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240억원의 주문을 받았습니다. 이 채권은 신용등급이 BBB+고 만기는 30년입니다. 다만 2년 뒤 행사할 수 있는 콜옵션이 붙어 있습니다.
 
CJ CGV는 6.8~7.3%의 금리를 제시했습니다. 앞서 지난해 12월 발행한 2년물 회사채 금리가 7.2%였다는 점에서 다소 낮은 수준입니다.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일반 회사채보다 신용등급이 낮습니다. 만기가 길고 원리금 상환순위도 후순위채권에 밀립니다. 이 때문에 회사채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금리에서 차별화하지 못해 투자수요도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CJ CGV의 신종자본증권 미매각과 별개로 최근 회사채 시장은 훈풍이 불고 있습니다. 기관들이 자금 집행을 재개하는 ‘연초 효과’와 겹치면서 AA급 우량채부터 BBB급 비우량채까지 흥행했습니다. 특히 BBB급 회사채의 경우 IPO(기업공개) 열기까지 겹쳤습니다. 공모주 하이일드펀드는 신용등급 BBB+급 이하의 비우량 회사채 45% 이상을 보유해야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상장 첫날 공모가의 4배까지 오를 수 있는 일명 '따따블(공모가의 4배)' 규정의 도입으로 공모주 수익률도 높아졌고 덕분에 공모주 하이일드펀드에 대한 수요도 높아진 상황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도 CJ CGV의 채권이 흥행에 실패한 것은 CJ CGV의 경영 정상화 기대감에 비해 투자 리스크를 더 크게 본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미매각 물량은 주관사단이 나눠 인수하게 됩니다. 대표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SK증권과 함께 인수단인 하이투자증권까지 7개사가 나눠서 모두 인수할 예정입니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시장 반응은 싸늘
 
CJ CGV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했는데요. 현금창출능력도 저하되면서 부족 자금과 차입금을 자본확충으로 충당하며 버티고 있습니다.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포함해 2020년 7월 이후 4년여 기간 동안 자본시장에서 조달한 자금만 2조원을 넘습니다. 
 
2020년 7월 공모 유상증자와 공모사채 발행을 통해 각각 2210억원, 2000억원을 조달했으며, 2021년에는 공모 전환사채(CB) 32회, 신종자본증권(33회) 등 4600억원, 2022년 신종자본증권(35회)과 사모 유증으로 5500억원, 2023년 공모 유증과 공모 회차채(36회)로 6153억원을 수혈했습니다. 
 
올해 신종자본증권 1200억원을 더하면 누적 조달금액만 2조1663억원에 달합니다. 이중 1조1863억원이 채무상환에 사용됐으며, 운영자금으로 4900억원이 투입됐습니다. TRS(총수익스왑) 정산자금 2000억원을 제외하고 시설자금에 사용된 금액은 50억원(1000억원 사용계획)에 불과합니다.
 
유증 등 자금조달에 힘입어 주요 재무안정성 지표는 개선됐습니다. 만기가 30년 이상인 영구채는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됩니다. 부채로 인식되지 않는 만큼 재무구조도 개선될 수 있습니다. 2023년 3분기말 CJ CGV의 총차입금은 2조5147억원(연결), 순차입금 1조8160억원으로 부채비율 529.0%, 차입금의존도는 67.8%입니다. 다만, 2023년 연간 재무지표는 이보다 나빠질 전망입니다. 연간 당기순손실(1234억원)이 발생했고 4분기 중 신종자본증권을 상환(1800억원)해 자본규모가 감소, 2023년말 기준 부채비율은 1123%에 달할 전망입니다. 
 
재무구조가 나빠진 탓에 공모로 자금을 조달한 경우는 대부분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지난해 진행된 유증은 5700억원 규모로 예정됐으나 주가가 급락하면서 4153억원으로 줄었고, 작년 12월 공모채 발행은 2000억원을 모집한 결과 1000억원을 주문받는 데 그쳤습니다. 결국 KDB산업은행이 모집액의 절반인 1000억원을 인수했습니다. 2022년에 발행한 4000억원 규모의 35회차 CB는 공모청약률이 7.78%에 그쳐 인수단인 5개 증권사가 나머지 3689억원을 인수해야 했습니다. 
 
CJ CGV가 연거푸 자금 조달에 나서면서 투자심리도 얼어붙고 있습니다. 작년 8월 1만400원까지 올랐던 CJ CGV 주가는 유증 결정 이후 급락세를 보이며 상장 이후 역대 최저가(4670원)를 기록했습니다. 전날 종가는 5610원으로 전고 점 대비 46.06% 하락했습니다. 
 
CJ CGV는 수조원의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극적인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박원우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점진적인 수익성 개선이 지속되겠지만 단기간 재무구조 개선 여력은 제한적”이라며 “팬데믹 기간 동안 누적된 손실로 인해 축소된 자본규모, 신종자본증권의 잠재적 상환부담 등을 감안한 실질적인 차입부담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 자체 영업현금흐름을 통한 유의미한 재무구조 개선은 어려울 전망”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자본확충 급한 CGV, 잇따른 자금조달에 주가도 급락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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