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제주맥주(276730)가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는 가운데 임원진들의 ‘먹튀’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인수합병(M&A)을 앞두고 주가가 급등세를 보인 가운데 기존 임원진들이 대규모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하며 차익을 실현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시장 일각에서는 기존 임원진들이 경영권 매각을 앞두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9일 제주맥주는 최대주주인 엠비에이치홀딩스와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가 보유한 주식 864만주를 더블에이치엠에 매각한다고 공시했습니다. 제주맥주 주식 1주당 매각 가격은 1175원으로 총 매각 금액은 101억원입니다.
제주맥주는 경영권 매각과 함께 3자배정 유상증자,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을 통한 자금조달도 진행합니다. 이달 신규설립된 투자조합인 지와이투자조합을 대상으로 100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증을 진행할 예정이며, 수옹투자조합과 일두투자조합을 대상으로 각각 200억원 규모의 CB·BW를 발행합니다. 유증이 완료되면 최대주주는 더블에이치엠에서 지와이투자조합으로 변경됩니다.
제주맥주는 2021년 5월 ‘테슬라 요건’(이익 미실현기업 상장특례)으로 증시에 상장했습니다. 상장 요건에 미달되지만 상장주관사가 추천하는 기업에 상장 기회를 주는 특례 상장제도입니다. 다만 제주맥주는 상장 이후 적자가 계속됐고 주가도 하락세를 이어갔습니다.
2021년 공모가 3200원에 상장한 제주맥주는 상장 직후 6040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하락세가 이어졌습니다. 이날 종가 1432원을 기준으로 공모가 대비 55.25%하락했습니다. 경영 부진과 주가하락이 이어지면서 결국 3년여만에 제주맥주 경영권도 넘어갔습니다.
주가 하락이 이어졌지만, 문 대표를 비롯한 제주맥주 경영진들은 대규모의 현금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상장 직후부터 스톡옵션을 통해 꾸준히 지분을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상장 이후 조은영 제주맥주 상무와 권진주, 김배진 이사 등 3인이 행사한 스톡옵션은 92만2630주인데요. 이는 작년 말 기준 행사가 완료된 제주맥주 스톡옵션 총수(115만420주) 80.20%에 달합니다.
제주맥주 이사진들은 경영권 매각을 앞두고 주가보다 스톡옵션을 모두 행사해 장내에 매도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조은영 상무의 경우 3년여간 총 24만2893주를 매도했습니다. 지난 12월에만 18만7293주를 매각했습니다. 해당 스톡옵션의 행사가격은 대부분 500원입니다.
문 대표 일가는 경영권 매각으로 65억원 이상의 현금을 손에 쥘 예정입니다. 제주맥주 최대주주인 엠비에이치홀딩스 문혁기 대표가 지분 54.5%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의 아들인 문성근 대표가 지분 11.34%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경영권 매각이 완료되면 지분율에 따라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경영권 매각을 앞두고 임원진들의 대량 매도가 나오면서 임원들의 스톡옵션 행사로 인한 윤리경영 논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영권 매각 계획 등 미공개 정보를 알게된 임원진들이 잔여 스톡옵션 행사와 장내매도로 현금부터 확보했다는 의혹입니다.
제주맥주는 경영권 매각 소식과 함께 주가도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데요. 지난달 900원선에서 거래되던 주가는 경영권 매각 공시 전후로 1600원까지 오르며 77.8% 급등했습니다. 일각에선 제주맥주가 기업사냥꾼의 표적이 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들립니다.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한 더블에이치엠은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자동차 공업소로 사업적 시너지를 기대하기 힘든 데다, 최종 인수자인 투자조합들 역시 경영권 인수를 위해 급조된 조합으로 파악되기 때문입니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과거 로봇 등 테마주를 앞세웠던 M&A 전문 세력들이 관여했을 수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그는 이어 “제주맥주 경영권 매각 과정을 보면 구주매매와 유증이 동시에 진행되는데, 증자로 참여한 신주가 아닌 구주의 경우 즉시 차익실현이 가능하다”면서 “M&A와 3자배정 유증이 특정 세력의 호주머니를 불리는 용도로 이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제주맥주 인수와 계약금 자금 출처 등을 문의하기 위해 정승국 더블에이치엠 대표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질문조차 받지 않았습니다.
(사진=제주맥주 홈페이지 캡처)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