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신약 임상 실패…K-바이오 먹구름

부광약품 JM-010 유럽 임상 '실패'…미국 임상도 '중단'

입력 : 2024-05-23 오후 4:24:01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HLB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 품목허가 승인 무산에 이어 부광약품도 파킨슨병 치료제 신약 임상이 실패로 끝났습니다. 부광약품은 23일 긴급설명회를 열고 자회사 콘테라파마가 유럽에서 진행한 파킨슨병 치료제 JM-010이 임상 2상에서 효능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는데요. 기대를 모았던 신약들이 줄줄이 좌초되자 국내 제약 바이오 업계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부광약품의 JM-010은 파킨슨병 신약으로 이상운동증 치료에 주안점을 뒀죠. 이제영 부광약품 대표이사는 "유럽에서 진행한 JM-010 후기 임상 2상에서 기대했던 1차 평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임상 시험의 주목표인 위약군과 비교한 차이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성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럽 임상은 파킨슨 환자 81명을 대상으로 JM-010을 저용량과 고용량으로 투여해 12주간 치료 후 통합 이상운동증평가 스케일(UDysRS) 총점 변화량을 측정한 것이었지만, 위약군과 비교해 유의미한 이상운동증 감소가 나타나지 않은 것입니다.
 
이 대표는 "이번 임상에서 JM-010이 안전성 측면에서는 위약과 데이터가 유사했으며, 중대한 이상 반응이 보고되지 않았고 약리학적 효과도 확인됐다"며 "임상 결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부광약품 측은 "현재 2차 평가 변수 및 하위그룹 분석을 추가로 진행 중이며, 일부 하위그룹에선 위약과 비교해 유의한 효과 차이를 보여, 좀 더 상세히 분석한 임상 결과를 학회 등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JM-010은 유럽 임상 외에 미국 임상도 진행 중이었는데, 이번 유럽 후기 임상 2상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차질이 불가피해졌습니다. 부광약품은 콘테라파마의 유럽 임상 2상 시험 결과를 기반으로 진행 중인 미국 2상 시험 기간을 단축하고 바로 3상으로 진입하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콘테라파마의 임상 2상이 1차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미국 임상 기간 단축이 어려워지자 결국 JM-010의 미국 임상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이 대표는 "현재 JM-010는 당초 예정된 개발 기간보다 상당히 지연됐기 때문에 더 이상의 지연과 추가적인 투자는 회사에 부담을 주는 무리한 상황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습니다.
 
신약 개발이 무산되자 코로나19 이후 최대 실적 기록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성공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신약 개발이 잇달아 실패하면서 제약·바이오산업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가 얼어붙을 수 있고, 그 결과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다른 신약 개발 기업의 연구개발(R&D) 위축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과도한 위기 의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임상 시험에서 효능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한 신약 후보 물질이 다른 적응증을 대상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남아 있죠. 신약 개발 과정에서 쌓인 데이터와 역량 자체가 자산이기 때문에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글로벌 빅파마도 신약 개발 성공률이 62%에 불과해 한 건의 임상 실패로 일희일비할 일은 아니다"라며 "임상 시험 외에도 신약 허가, 시장 마케팅 과정에서도 여러 장애물들이 있는데 이는 많은 시도를 통해 경험치를 쌓아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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