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그린벨트 해제 논란…관전 포인트 '셋'

우면·세곡·방이, 벌써부터 들썩
"수도권 과밀화로 집값 안정 역행"

입력 : 2024-08-09 오후 4:54:30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정부가 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해 대규모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당장 치솟는 집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정부가 대규모 그린벨트 해제를 꺼내든 것은 이명박 정부 이후 12년 만인데요. 시장에서는 우면·세곡·방이 신규 택지 등이 거론되며 벌써부터 들썩거리는 모습입니다. 과거 경험상 그린벨트 해제는 정책 효과가 크지 않아 일부 지역 과밀화만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①지역·규모 
 
진현환 국토교통부 1차관은 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그동안 서울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한계가 있었다)"며 "그린벨트 해제는 환경적 보존가치가 높은 지역은 제외하고 개발 의미가 있는 곳으로 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전날 정부의 8·8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논란이 커지자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정부는 서울 및 서울 인근지역의 그린벨트를 해제해 올해와 내년 각각 5만 가구, 3만 가구 등 총 8만 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를 발굴할 예정입니다. 특히 서울 내 그린벨트에서만 1만 채 이상 공급된다는 계획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데요.
 
현재 서울 그린벨트 면적은 149.09㎢로, 25개 자치구 중 중구·용산구·성동구·동대문구·영등포구·동작구 등 6개구를 제외한 19개 구에 분포돼 있습니다. 서울 전체 면적(605㎢)의 약 25%에 해당합니다. 특히 서초구(23.9㎢), 강서구(18.9㎢), 노원구(15.9㎢)에 많은데요. 
 
우선 그린벨트 중 녹색공간의 기능을 상실한 구역들이 대상으로 거론됩니다. 그린벨트는 지난 1971년 당시 대도시의 무분별한 확산 방지와 농지 확보를 위해 설정됐지만 원래 목적에서 변형되거나 버려진 땅들은 개발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서역 동쪽이나 강서, 강북 쪽 일부 지역이 해당된다"며 "경기 쪽은 부천 주변과 동탄 지역은 그린벨트인데도 공장이 들어서 있어 정리가 요구된다"고 전했습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시와 이미 실무 협의를 거쳐 지역은 확정된 상태입니다. 진현환 차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구체적 지리는 말씀 못 드리지만 서울 선호지역이 상당히 포함됐다"고 밝혔습니다.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경기 등에서의 해제가 아닌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서울 선호지역'이라고 답한 겁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강북은 다 산이고 강남권일 수밖에 없다"며 "서울에 1만호를 공급한다고 하면 많은 것 같지만 가구수로 따지면 송파 헬로시티가 1만 가구"라고 말했습니다. 아파트 단지 하나 들어서는 규모에 불과하다는 설명입니다. 
 
이날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해제 지역이 강남구인지 묻는 질문에 말을 아꼈습니다. 시장에서는 강남구 세곡·내곡지구와 서초구 우면동 및 송파구 방이동, 강서구 김포공항 인근 등 최대 99만㎡에 달하는 후보지가 유력하게 언급됩니다. 
 
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현황 (이미지=연합뉴스)
 
 
②선정 과정
 
올해 5만호가 풀릴 지역은 11월에 공개됩니다. 그전까지 해제 기대감에 예상 지역 토지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요. 정부와 서울시가 이번 주택공급 확대 방안 발표를 앞두고 투기 방지를 위해 중앙도시계획위원회·도시계획위원회를 각각 열고 서울 그린벨트 전체와 수도권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급히 지정한 이유입니다. 거래신고법 따라 지정 날짜인 8일로부터 5일 후인 오는 13일부터 거래자는 토지 거래 시 자치단체의 허가를 얻어야 합니다.  
 
국토부는 향후 추진되는 단지 설계나 주택 유형 결정 등을 가급적 서울시에 맡긴다는 방침입니다. 진현환 차관은 "후보지 선정부터 토지 보상, 주택 착공, 분양 입주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서울 내 공급 기반 확충을 위한 일"이라며 "사업 시행도 여력이 된다면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맡기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같이 해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11월까지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및 농림축산식품부와의 협의도 거쳐야 합니다. 그린벨트를 해제하려면 공익적 목적의 개발 수요가 인정돼야 하는데요. 환경영향평가 결과 3등급 이하는 국토부가 지자체 협의를 거쳐 직권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습니다. 윤석열정부가 여러 차례 그린벨트 해제 또는 기준 완화를 강조해온 만큼 환경영향평가가 걸림돌이 될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③정책 효과
 
그린벨트 해제로 집값 안정이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냐에 대한 시장 반응은 차갑습니다. 수도권으로의 집중을 유발해 오히려 집값 안정에 '역행'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은형 위원은 "강남에 헬리오시티 몇 개 지으면 강남권 집값이 안정되고 여파가 서울 전역으로 확대돼 장기간 지속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습니다. 집값 안정 목적으로 주택을 공급할 때는 시세보다 낮게 공급해야 하는데 많이 싸면 '로또 아파트'라는 비판에 직면합니다. 결국 적당히 싸게 공급할 수밖에 없지만 주변 집값을 끌어내리기는커녕 과거 경험상 주변 집값에 맞춰 올랐다는 설명입니다. 
 
중심지역 과밀화만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 위원은 "경기도권 광역급행철도(GTX)가 아무리 좋아봤자 서울 만큼 좋을 리가 없다"며 "결국 서울만 더 좋아지는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방 양극화까지 갈 것도 없이 서울 내에서도 중심부만 가격이 올라 변두리권과의 차이가 이미 크다는 설명입니다. 
 
정부와 서울시는 저출생 대책이 한국에선 자연 보전만큼이나 절체절명의 과제라며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 확대 의지를 내세우고 있는데요. 윤은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시개혁센터 부장은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은 도시의 무분별한 개발과 도시 확산, 녹지공간의 감소 때문에 오히려 미래세대에 대한 무책임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 개발제한구역 일대.(사진=연합뉴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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