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업계 반발에…'사전지정제' 결국 빠졌다

당정, 공정거래법·대규모유통업법 개정

입력 : 2024-09-09 오후 4:57:56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정부가 공룡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공개했습니다. 기존에 추진했던 별도의 플랫폼법을 만들지는 않는 대신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끼워팔기' 등 플랫폼의 반경쟁행위를 금지하고 적발 시 과징금도 상향시켰습니다. 일정 규모 이상 온라인 중개거래 플랫폼은 대규모유통업법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도 추진합니다. 다만 유력하게 검토되던 대형 플랫폼을 별도 규제 대상으로 '사전지정'하는 방안이 빠지면서 실효성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규제 대상 사후 추정…'임시 중지' 명령 도입
 
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이 같은 내용의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 및 티메프 재발방지 입법방향'을 당정협의회에 보고하고, 플랫폼 독과점 및 갑을 분야 제도개선을 위한 입법 추진방향을 발표했습니다. 
 
우선 플랫폼 시장에서 경쟁사업자에 대한 반경쟁행위를 차단하고 경쟁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합니다. 
 
개정안은 경쟁 플랫폼을 시장에서 축출하는 등 반경쟁적 행위를 본질로 하는 '자사 우대·끼워팔기·멀티호밍 제한·최혜대우 요구'의 4대 행위를 금지 행위로 규정했습니다. '멀티호밍'이란 이용자가 플랫폼을 바꾸거나 동시에 여러 개의 플랫폼을 사용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소수의 거대 플랫폼 기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미리 지정해 관리하는 '사전지정제'는 최종적으로 빠졌습니다. 플랫폼 경제는 특성상 시장 확정이나 경쟁제한성 판단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 때문에 당초 '사전지정' 방침을 발표했으나 업계·전문가·관계부처 의견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 '사후 추정'으로 변경한 건데요. 그동안 업계에서는 과잉 규제라며 반발해 왔습니다.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는 "당초 제도 개선 목적이 플랫폼 시장의 특수성을 반영한 맞춤형 규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전지정제 배제로 인해 개정 전과 차별성이 크게 줄어드는 등 입법 취지가 상당 부분 퇴색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규제 대상을 '사후 추정'하기로 하는 대신 세부 기준을 정했습니다. 구체적 추정 요건은 현행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기준인 시장 점유율 50% 이상보다 강화된 '60% 이상'으로 한정했습니다. 스타트업 등이 제기한 규제 부담 등 우려도 고려해 연간 매출액 4조원 이하 플랫폼은 제외시켰습니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공정위는 당초 플랫폼 반칙 행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사전 지정 방식을 검토했다"며 "그러나 의견 수렴 과정에서 입법 효과 대비 행정 비용이나 사업자 부담이 과도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주기적 실태조사와 입증책임 전환 등 제도적 보완책을 통해 효과적인 사건 처리라는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거라는 설명입니다. 
 
또 4대 반경쟁행위 위반이 명백히 의심되거나 회복 곤란한 경쟁 저해 또는 다른 플랫폼·이용자 손해 확산 우려로 예방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반경쟁행위를 '임시 중지'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반경쟁행위 적발 시 과징금 상한도 현행 매출액의 6%에서 '8%'로 상향합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오른쪽)이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 및 티몬·위메프사태 재발 방지 입법방향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기한 내 정산 의무화…판매대금도 별도 관리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 재발방지를 위해 '대규모유통업법' 개정도 병행합니다. 플랫폼 기업들이 이른바 '을'로 불리는 입점업체에 불공정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건데요. 
 
우선 일정 규모 이상의 온라인 중개 거래 플랫폼을 대규모유통업자로 지정해 규제하기로 했습니다. 지정 기준으로는 중개 거래 수익 100억원 이상 또는 중개 거래 금액 1000억원 이상, 중개 거래 수익 1000억원 이상 또는 중개 거래 금액 1조원 이상 등 2가지 안이 논의됐습니다. 
 
일정 기한 내 대금을 정산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판매대금의 일정 비율도 별도 관리하도록 했습니다. 정산 기한은 구매확정일로부터 10일 또는 20일로 하는 안과 월 판매마감일로부터 30일 이내로 하는 안, 두 가지가 제시됐습니다. 판매대금 별도 관리 비율도 100%와 50% 2개 안이 마련됐습니다. 
 
또 판촉비 부담 전가나 배타적 거래 강요 등 일반적인 유통거래에서 금지되는 불공정행위 유형 중 온라인 중개 거래에 적용할 수 있는 규정을 준용해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당정에 따르면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경우 정무위원회 여당안의 형태로 발의될 예정입니다. 규모기준, 정산기한, 별도관리 비율 등이 복수안으로 제시된 대규모유통업법은 공정위에서 9월 중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확정된 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건물.(사진=연합뉴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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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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