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현지시간으로 10일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번째 TV 토론이 열립니다. 지난 6월 열린 TV 토론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을 내려놓으면서 이른바 '리셋 토론'이 개최되는 겁니다. 이미 TV 토론의 영향력이 한 차례 확인된 만큼 대선을 50여 일을 앞둔 두 후보의 맞대결이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조지아주 서배너에서 유세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본 없는 '진검승부'
미국 <ABC>가 주최하는 두 후보의 첫 토론회는 현지시간으로 10일 오후 9시(한국시간 11일 오전 10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됩니다.
토론은 서서 진행되며 두 후보는 펜과 종이, 물병만 들고 무대에 오를 수 있습니다. 노트나 참고 자료를 지참할 수 없으며, 사전 질문지도 제공되지 않습니다.
상대 후보 발언 시간에 다른 후보의 마이크는 음소거됩니다. 대신 각 후보에게 답변 2분과 반박 2분, 후속 질문과 반박에 대한 답변 및 해명에 1분씩 주어집니다. 또 서로에 대한 질문이 없고, 광고 시간 중 각 후보는 캠프 관계자와 소통도 불가합니다. 사실상 대본 없는 두 후보의 '진검승부'가 펼쳐지는 셈입니다.
그런데 두 후보의 첫 번째 토론이기는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두 번째 토론입니다. 지난 6월 말 <CNN>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당시 민주당 후보는 바이든 대통령이었습니다.
당시 토론회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고령 논란'을 벗겨내지 못했고, 완패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TV 토론을 계기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고, 결국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하며 해리스 부통령에게 자리를 넘겼습니다.
게다가 이번 토론이 대선 전 처음이자 마지막 토론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현재 두 후보 간 합의된 후속 토론 일정이 없는 데다, 대선도 50여 일로 앞으로 다가온 만큼 현실적 시간이 부족합니다. 때문에 이번 토론이 유권자들이 표심을 결정할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정책에 초점…'무당·중도' 표심 결정
이번 TV토론 방식이 서로에 대한 질문이 불가하다는 점에서 네거티브 공방보다는 정책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바이든 행정부를 겨냥해 물가 상승 등 경제 실정에 대한 책임론을 강조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두 후보는 성장세 회복을 위해 감세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요.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부자와 대기업을 포함한 보편적 감세를, 해리스 부통령은 중산층 이하 감세를 공약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또 대중국 전략에 있어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세부 내용에는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중국을 미국의 최대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공급망 부분에 대한 대중 제재를 예고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보다 더 큰 수준의 제재 의사를 밝히며 대중국 60% 관세까지 공언한 상황입니다.
결국 TV 토론에서 두 후보가 구체적으로 밝힐 경제 정책에 따라 무당층과 중도층의 표심이 결정 날 전망입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각)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보로의 항공박물관에서 유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싸움닭' 대 '평정심'…전략짜는 해리스·트럼프
두 후보가 이번 TV 토론에 임할 전략도 주목됩니다. 이미 6차례나 대선 TV토론 경험이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바이든 대통령을 몰아붙인 '싸움닭 전략'을 들고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검사 출신인 해리스 부통령은 '검사 대 중범죄자'라는 구도를 굳힐 계획입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그간 연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중범죄자'라고 지칭하며 '성추문 입막음' 혐의를 강조해 왔습니다. 그는 지난달 22일 델라웨어주 월밍턴의 민주당 선거운동 본부에서 "트럼프 같은 유형을 잘 안다"며 "내 경력을 트럼프 잡는 데 쓰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의 '강성 진보' 이미지를 강조한다는 전략인데요. 관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냉정한 태도 유지입니다.
지난 6월 TV 토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 건 흥분을 가라앉히고 공격에 임한 영향입니다. 또 약점을 공격당하면 화제를 돌리거나 재임 중 치적을 강조하는 방식의 화법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을 주저앉힌 '고령' 논란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재겨냥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입니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은 '횡설수설 연설'로 인지능력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TV 토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인지능력에 문제를 드러낸다면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야기한 지난 6월 당시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