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서울 영등포 쪽방촌의 공공주택사업이 토지 보상 절차를 밟는 등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공공 주도로 이뤄지는 쪽방촌 재개발의 첫 사례입니다. 지난 2020년 7월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된 지 4년여 만입니다. 하지만 쪽방 주민들은 사업 추진이나 임시 이주 계획 등 구체적인 사업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습니다. 공공 재개발 추진 시 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우여곡절이 많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서울도시주택공사(SH)는 오는 11월부터 영등포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을 위해 지구 내 토지와 건물에 대한 보상 절차를 본격적으로 착수하고 내년까지 보상을 완료한다는 계획입니다. 이후 주민 이주와 착공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습니다.
이번 조성사업은 오랫동안 개발되지 않고 방치돼 주거환경이 열악한 영등포 쪽방촌 일대 1만㎡ 부지를 재개발하는 사업입니다. 영등포구와 SH,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시행자로 참여해 공공 주도로 이뤄지는 첫 번째 쪽방촌 재개발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 일대. (사진=뉴시스)
현재 공공주택개발 지역인 영등포 쪽방촌은 3개 블록(S-1블록, A-1블록, M-1블록)으로 나눠 순환식 개발방식이 적용될 예정입니다. S-1블록과 A-1블록은 각각 SH와 LH가 개발하고, M-1블록은 매각 부지로 민간 건설사가 개발에 참여합니다. 인근에 임시주거시설을 만들어서 한 블록의 주민들을 이주시키고, 그 블록의 철거와 공사가 완료되면 다른 블록 주민들이 임시주거시설로 옮기는 방식입니다. 쪽방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탈하지 않고 재개발 이후에도 정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영등포쪽방상담소 관계자는 “계속 미뤄졌던 정비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고 해서 주민들도 많이 궁금해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 추진될지 우리도 알지 못한다”며 “건물주나 토지주 보상이 이뤄지지 않은 걸로 알고 있고, 영등포역 근처라 개발 이익이 클 것으로 보여 보상 문제 해결하는 데도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고 봤습니다.
개발지구 제외된 쪽방 대책도 필요
이 관계자는 “보상 이후에도 주민들이 임시주거시설로 이주해야 하는데 여러 공유시설을 갖춘 임시주거지에 머무는 주민과 그냥 쪽방에 머무는 주민 사이에 역차별 문제도 생기고, 이 과정에서 불만들도 나오는 등 많은 애로사항이 발생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과정과 계획을 주민들이 미리 알고 의견도 반영해야 여러 불협화음을 막을 수 있을 텐데, 주민 대상으로 공청회나 설명회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 골목. (사진=뉴시스)
SH에 따르면 쪽방 주민들은 착공이 시작되면 사업지(A-1블록) 인근에 조성되는 임시주거단지로 옮겨 이주단지가 조성될 때까지 생활하게 됩니다. 임시주거단지는 영등포 고가 하부에 96호 규모의 모듈러 주택으로 설치하고, 수요조사를 통해 추가로 주택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SH가 직접 시행하는 S-1블록 사업도 착공시기를 앞당길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한다는 방침입니다.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쪽방촌이 공공 주도로 재개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다른 지역의 쪽방촌 개발 문제도 미리 볼 수 있어 관심을 많이 받을 것”이라며 “주민들도 기대가 있기는 한데, 보상 쟁점이 크다 보니까 아직 구체적인 진행 과정은 알 수 없는 상태”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우선 순환식 개발이라 임시주거지가 문제다. 영등포 쪽방촌이 약 300세대인데, 구역별로 공사가 진행된다 해도 임시주거단지가 충분히 조성돼야 할 것”이라며 “고시원 등 개발지구에서 소외된 인근 쪽방들도 개발 혜택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 등도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