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사각지대 철도·지하철 노동자…"올해 사망 5건·암 21명"

"서울지하철 9호선에선 필요인력 60%만 운용"
"무리한 인력감축 대신 종합 안전대책 마련해야"

입력 : 2024-09-23 오후 2:26:06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철도와 지하철 노동현장에서 중대재해가 잇따르자 무리한 인력감축 대신 종합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에 따르면, 철도와 지하철 노동현장에선 올해만 5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혈액암 진단을 받은 노동자는 21명에 달합니다.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도·지하철 노동자들이 왜 계속해서 일터에서 다치고 병들고 죽어야만 하는가”라며 “정부는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을 밝히고 안전시스템을 구축하는 대신 말단 노동자에게 책임을 추궁하고 전가하는 데만 급급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에 따르면 철도와 지하철 등 궤도사업장에서 올해에만 5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해 6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습니다. 사망사고는 △6월9일 연신내역 서울교통공사 노동자 감전사(1명) △7월17일 삼각지역 서울교통공사 하청업체 노동자 감전사(1명) △7월17일 신분당선 양재역 유도등 설치작업 중 사망(1명) △8월9일 구로역 한국철도공사 작업차량 충동 사망(2명) △9월4일 익산역 부지 건설현장 추락사(1명) 등입니다.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철도·지하철 중대재해 종합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지난 6월에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자 8명이 집단적으로 혈액암에 걸렸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이후 6개 대도시의 도시철도와 한국도시공사의 정비 노동자들을 조사한 결과 13명의 혈액암 환자가 추가 확인됐습니다.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는 혈액암에 걸린 노동자들은 차량이나 장비를 정비하는데 쓰이는 벤젠이나 트리클로로에틸렌 등 유해화학물질에 수시로 노출됐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김태균 궤도협의회 상임의장은 “무리한 인력감축과 안전관리에 필요한 적정인력 부족으로 노동현장은 위험에 노출되고, 노동자들은 중대재해와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도 윤석열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은 현장인력 충원 등 안전대책은 뒷전”이라고 규탄했습니다.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에 따라 한국철도공사는 올해까지 1566명, 서울교통공사는 2026년까지 2212명의 인력감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김 상임의장은 “특히 서울지하철 9호선은 조직진단 결과 필요인력의 60%만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하루 수십만명이 이용하는 9호선 역사에서 만성적인 1인 근무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철도·지하철 작업환경 기준 강화해야”
 
이에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는 정부와 서울시가 무리한 인력감축 계획을 철회하고 안전관리에 필요한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또 철도·지하철 노동자들의 직업성 질병 예방을 위한 종합대책과 위해물질 관리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혈액암 진단을 받은 황수선 서울교통공사노조 지측검수지회장도 참석했습니다. 황 지회장은 “확인된 혈액암 발병자보다 더 많은 노동자가 유기용제에 의한 혈액암에 노출되었거나 발병되었을 것”이라며 “과거 비정규직으로 전동차 중정비 업무를 했던 노동자들에 대한 유기용제 노출과 혈액암 발병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늘어나는 업무상 질병과 산업재해에 비교해 작업환경 측정과 유기용제 노출기준 등 법과 제도는 여전히 사용자 편의주의적”이라며 “작업환경 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산업안전보건법과 시행령 등 관련법을 전면 개정하고 위법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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