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종관 기자] SK하이닉스 노동조합이 임원 선거를 다시 하고 있습니다. 조합비 문제로 특정 조합원이 임원 후보에 등록하지 못한 채 선거를 치른 게 발단입니다. 8월30일 새 지회장과 수석부지회장, 사무장 등이 선출됐지만, 후보 등록을 못한 조합원은 법원에 효력정지를 신청했습니다. 법원은 선거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당선확정공고 효력을 정지했습니다. 결국 SK하이닉스 노조는 새 임원을 뽑기로 했습니다.
지난 7월25일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11일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은 SK하이닉스 소속 전모씨가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SK하이닉스기술사무직지회(SK하이닉스지회)를 상대로 낸 임원선거 당선확정공고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습니다.
사건의 시작은 7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SK하이닉스지회는 7월23일부터 3기 임원선거에 돌입했습니다. 법원에 당선확정공고 효력정지를 신청한 전씨도 당시 A선거운동본부를 꾸려 지회장 후보로 출마를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선거관리위원회가 A선본 수석부지회장 후보인 김모씨에게 결격사유가 있다며 후보 등록을 거부했습니다.
SK하이닉스지회 선거규칙에 따르면, 임원선거 후보 등록은 24개월 연속으로 조합비를 납부한 자만 가능합니다. SK하이닉스지회는 매달 26일 조합원 계좌에서 자동이체하는 방식으로 조합비 2만원을 걷습니다. 김씨가 조합비를 낸 건 2022년 9월부터입니다. 그런데 김씨는 2024년 8월 조합비의 경우 자동이체가 아니라 SK하이닉스지회 계좌로 8월15일에 선입금했습니다. 이에 선관위는 김씨가 낸 2024년 8월 조합비는 정상적 납입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김씨는 23개월치 조합비만 납부한 셈이기 때문에 후보 등록이 무산됐습니다.
A선본 후보들이 임원선거 후보 등록 서류를 선관위에 제출한 건 등록 마지막 날인 8월16일입니다. 선관위는 그날 바로 A선본은 후보 등록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했습니다. 하지만 A선본은 김씨를 대신할 다른 후보를 못 찾았고, 결국 선관위는 8월16일 오후 5시 B선본 후보들을 3기 임원선거 단독후보로 확정·공고했습니다.
출마를 못하게 된 전씨는 8월21일 SK하이닉스지회 3기 임원선거를 중단시키고자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했습니다. 그러나 8월30일 B선본 후보들이 임원으로 뽑히자 9월3일 당선확정공고 효력정지 신청을 추가로 냈습니다.
이에 수원지법 여주지원은 상급단체인 화섬노조의 규약을 근거로 김씨가 8월15일에 선입금한 조합비도 정상적 납입으로 인정했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SK하이닉스지회가 자동이체 방식으로 매달 26일 조합비를 걷는 건 징수의 편의를 위한 것이고, 그렇게 납부된 조합비만을 유효한 조합비라고 볼 근거가 없다는 겁니다. 아울러 자동이체로 납부한 조합비만 유효하다고 판단해 특정 후보의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건 합리적 이유가 될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결국 조합비 문제로 특정 후보가 후보 등록 자체를 하지 못한 상황에서 선거를 치른 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당선확정공고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했습니다.
SK하이닉스지회 선관위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재선거를 치르기로 했습니다. 선관위원장인 정모씨는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이고, 재선거를 진행키로 했다"고 했습니다. 재선거에는 앞선 선거 때 후보로 등록하려고 했던 전씨와 김씨가 A선본을 꾸려 다시 출마합니다. 3기 임원으로 뽑혔다가 당선공고확정 효력이 정지된 B선본 후보들도 재출마합니다. 투표는 28일까지 진행되고 발표는 29일입니다.
차종관 기자 chajonggw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