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4000원 김혜경 '구형'…23억 김건희 '불기소'

검찰 '고무줄 잣대'에 검찰개혁 명분 증가

입력 : 2024-10-25 오후 4:08:15
[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 검찰의 ‘이중 잣대’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제1야당 대표 배우자와 현직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고무줄 판단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입니다.
 
검찰은 법인카드로 ‘10만 4000원’을 식사비용으로 사용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에 대해선 ‘죄질이 중하다’며 300만원을 구형했습니다. 반면 주가조작으로 23억원의 수익을 얻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겐 ‘불기소’ 처분을 내렸습니다.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검찰의 행보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10월 24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죄질 중한' 김혜경…'이용 당한' 김건희
 
24일 수원지법 형사13부(박정호 부장판사)에서 열린 김혜경씨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법인카드 불법유용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습니다. 김씨가 유력 정치인들을 돈으로 매수하려 한 범행이기 때문에 “죄질이 중하다”는 겁니다.
 
김씨는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한 2021년 8월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경기도법인카드를 이용해 민주당 전·현직 의원 배우자 3명과 자신의 운전기사, 수행원 등 3명에게 10만4000원 상당의 음식을 제공한 혐의를 받습니다.
 
반면 김건희 여사는 이달 들어 검찰의 잇단 불기소 결정으로 ‘명품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서 벗어났습니다. 검찰은 김 여사가 받은 ‘300만원짜리 명품백’은 선의로 받은 선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23억원의 시세차익(민주당 추산)을 거둔 주가조작 의혹도 ‘범행에 가담했다는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기지도 않았습니다.
 
김 여사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공모해 2010년 1월부터 2011년 3월까지 6개 증권계좌를 위탁하거나 권 전 회장 요청으로 매매해 시세조종에 가담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더불어 시세조종을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주가조작에 가담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데다,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10월 9일(현지시각)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싱가포르 동포 초청 오찬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검찰 스스로 내준 '검찰개혁' 명분
 
문제는 법인카드 10만 4000원 결제는 ‘중한 죄질’이고, 시세차익 23억원은 ‘모른 채 순진하게 엮였다’는 검찰의 주장입니다. 검찰의 논란에 고개를 끄덕일 국민이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권 전 회장 재판에서 법원은 전체 통정매매(시세조종을 위해 짜고 매매하는 방식) 98건 가운데 김 여사의 계좌에서 47건이 이용된 것으로 판시했습니다. 
 
민주당은 당장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25일 "차고 넘치는 증거들을 애써 못 본 척하면서 (김 여사를) 기소는커녕 무혐의 처리했다"며 "죄가 있으면 누구라도 처벌받는 것이 법치인데,  대통령 배우자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검찰개혁의 필요성도 커질 전망입니다. 조국혁신당은 지난 8월 검찰개혁 4법(공소청법·중대범죄수사청법·수사절차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습니다. 민주당도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처 설립, 검찰청폐지 등을 핵심으로 하는 검찰개혁 3법을 추진 중입니다.
 
대비되는 검찰의 처리를 놓고 검찰개혁 불씨는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입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주가조작 관련 재판에서도 법원이 김 여사 관련 의혹을 거론한 것이나 다름없는데, 검찰이 김 여사에 대해 ‘면죄부’를 주고, 재판정조차 들어서지 않게 하는 게 맞는 것인지 의구심만 키운 꼴"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검찰 스스로 존재 의의를 내버린 만큼 검찰개혁의 정당성만 더 키웠다"며 "국회에서 추진하는 검찰개혁에 검찰이 명분만 제공한 셈"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오승주 선임기자 seoultubb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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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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