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인벤티지랩, 자본잠식 그늘 탈출…R&D 투자 강화 '청신호'

제1회차 CB 전환청구권 행사에 자본총계 대폭 늘어
추가 CB 발행을 통해 500억원대 유동성 자금 확보
자체 플랫폼 기술로 L/O·CDMO 등 사업 강화 '기대'

입력 : 2024-11-01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4년 10월 30일 13:5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인벤티지랩(389470)의 경영정상화 작업이 순항하고 있다. 최근 제1회차 전환사채(CB)에 대한 주식 전환청구권이 행사되면서 자본잠식 그늘에서 벗어났고, 곧바로 제2회차 CB를 발행해 현금 곳간 채우기에도 성공했다. 인벤티지랩은 보유한 유동성 자금과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개발·생산과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인벤티지랩 R&D센터. (사진=인벤티지랩)
 
제1회차 CB 전환청구권 행사로 자본잠식 그늘 벗어나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인벤티지랩의 제1회차 CB에 대한 주식 전환청구권이 행사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1회차 CB는 155억원 규모로 지난해 6월 발행했다. 올해 6월13일 전환청구 기간이 도래했고, 사채권자는 7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네차례에 걸쳐 발행주식총수의 12.33%(111만9559주)를 주식으로 전환했다. 현재는 약 34억원 규모의 잔액이 남았다.
 
제1회차 CB의 잔액도 주식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제1회차 CB의 전환가액은 9995원으로, 인벤티지랩의 주가(29일 종가 기준 1만7730원)보다 낮은 상태다. 주식 전환으로 사채권자가 차익을 실현하기에 유리한 조건이다.
 
이번 전환청구권 행사는 자본잠식 그늘에 노출됐던 인벤티지랩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자본잠식이란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어지는 것으로 회사의 자본금을 까먹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어서면 관리종목에 지정될 수 있고, 심한 경우 상장폐지 수순에 들어간다.
 
인벤티지랩은 지난해 말 자본총계가 44억원까지 감소했고, 이에 자본금(42억원)과 2억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후 올해 상반기말에는 자본총계가 78억원으로 늘면서 자본금(43억원)보다 높아졌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른 수치였다.
 
올해 상반기말 자본 구조에 제1회차 CB의 주식 전환으로 유입되는 금액을 단순 계산하면 자본잠식 그늘에서 벗어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총 네 차례에 거쳐 자본금으로 5억5978만원(액면가액 500원*111만9559주)이 유입되며, 나머지 금액은 자본잉여금에 계상된다. 이에 자본금과 자본총계는 각각 49억원, 190억원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벤티지랩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파생상품평가손실이 발생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됐다"라며 "(구체적인 자본 구성은) 공시를 통해서만 공개할 수 있지만, 재무구조 개선을 이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동성 장전…파이프라인 강화·CDMO사업 '박차'
 
재무구조 개선에 성공한 인벤티지랩은 곧바로 사업 확장을 위한 유동성 자금을 확보했다. 인벤티지랩은 지난달 20일 총 390억원 규모의 제2회차 CB를 발행했다. 이에 올해 상반기말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139억원)에 단순 가산하면 529억원의 실탄을 장전한 상태다.
 
 
인벤티지랩은 확보한 자금을 활용해 연구개발(R&D)과 CDMO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인벤티지랩은 미세유체역학 기술을 활용한 Laminar-FLUIDigm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장기 지속형 주사제 개발 플랫폼으로, 구형의 고분자 미립구인 마이크로스피어(Microsphere)가 체내에서 서서히 분해돼 내부에 탑재된 약물이 목표 기간 동안 일정하게 방출되도록 설계했다. Laminar-FLUIDigm 플랫폼을 사용하면 약효 지속기간을 1~12개월까지 확대할 수 있다.
 
인벤티지랩이 현재 연구개발 중인 파이프라인 대부분은 Laminar-FLUIDigm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장기지속형 주사제다. 최근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장기지속형 기술에 대한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인벤티지랩의 기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만큼, 추가적인 기술이전 계약을 노릴 수 있다.
 
실제 인벤티지랩의 남성형 탈모치료제인 'IVL3001'은 대웅제약과 판권 계약을 맺었으며, 위더스제약과는 생산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치매치료제인 'IVL3003'은 종근당에 기술이전했으며, 당뇨·비만치료제 'IVL3021'과 'IVL3024'는 유한양행에 기술수출했다.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자체 개발·생산과 기술이전 등을 위해 우수의약품 품질 관리 기준(GMP) 공장도 구축한다. 인벤티지랩은 올해부터 오는 2026년까지 총 150억원을 GMP 구축 비용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 65억원에 그친 연구개발 투자도 임상 진입 등을 통해 늘려갈 예정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보유한 기술을 활용한 CDMO 사업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인벤티지랩은 자질나노입자(LNP)와 관련한 공정을 플랫폼 기술화해 단일 장비에 통합한 핸디진(HANDYGENE)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LNP는 mRNA를 체내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약물 전달 기술(DDS)로, 주로 백신 개발에 사용된다. 현재 유바이오로직스의 춘천 GMP 공장에 핸디진 설치 작업을 완료해 시운전을 진행 중이다.
 
한국IR협의회 기업리서치센터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시장조사 전문기관 Fortune Business Insights에 따르면 지난해 8.8억달러 수준이던 글로벌 LNP 시장은 2032년 28.2억 달러로 연평균 13.8%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라며 "신약개발에서 LNP 사용 확대는 제조 공정 최적화, 기술 고도화 등의 수요 증가로 직결돼 있는 만큼 인벤티지랩의 IVL-GeneFludic 기술에 대한 관심과 기대감 또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벤티지랩의 기술이 각광받으면서 최근에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도하는 '한국형 ARPA-H프로젝트' 과제에 선정됐다. 인벤티지랩은 가톨릭대학교, 엔지노믹스와 컨소시엄을 이뤄 전염병 발생 시 mRNA 백신 100만 도즈를 100일 내에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한다. 과제 규모는 총 176억원으로, 오는 2029년 2월28일까지 진행한다.
 
인벤티지랩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과제는 ARPA-H 사업의 핵심으로, 중앙 집중식 생산시설에 의존하던 기존의 백신 생산구조에서 벗어나 소규모·이동형 모듈을 통해 필요한 지역에서 신속하게 백신의 생산과 공급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전세계적인 팬데믹 대응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라며 "국내 백신 주권 확보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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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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