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방통위 3개월째)1인체제 내년까지 갈 수도

방통위 규제 따른 통신사에 공정위 과징금 예고
구심점 역할 놓친 방통위…"방송 정쟁에 밀렸다" 업계 토로
탄핵 문제로 헌재 재판관 수싸움 중인 여야…방통위도 연계될 듯
전문가 "합의제 정신 강조"…"방송 정책 독립도 필요"

입력 : 2024-10-31 오후 4:47:56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방송통신위원회 불능 상태 속에서 국내 통신사들은 조단위 과징금을 낼 위기에 처했습니다. 방통위의 관리·감독 하에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에 근거해 이동통신사업을 해왔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이라 문제 삼은 까닭입니다. 시장 질서를 바로 잡겠다며 공정위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목소리를 키우는 분위기인데, 정작 주무부처인 방통위는 정쟁 속에 현안을 주요하게 다루지 못한 것이란 쓴소리도 나옵니다. 
 
문제는 방통위의 구조적 문제가 장기화돼 정책 관련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주요 현안 처리가 장기간 스톱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내년 4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데요. 방통위가 정치 편향성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공영방송 부문을 독립시키거나, 궁극적으로 여·야는 물론, 행정부, 입법부가 타협을 해 합의제 기구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서울 시내 휴대폰 대리점 모습. (사진=뉴시스)
 
방통위 관리·감독 따랐는데 공정위 '담합' 꼬리표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017670)·KT(030200)·LG유플러스(032640)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는 지난달 말 공정위에 단말기 지원금 담합 의혹과 관련한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공정위는 판매장려금 가이드라인과 번호이동 상황반 운영을 담합의 증거로 보고 있습니다. 통신업계는 "방통위의 단통법 집행 행위에 대해 개별적으로 대응했을 뿐 번호이동 순감이나 장려금 수준에 대해 별도로 합의한 사실이 없다"고 말합니다. 치열한 경쟁 결과 통신3사의 시장 점유율도 변했다는 점도 강조합니다. 방통위도 "단통법은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 자유경쟁의 예외를 인정하는 특별법"이라며 "우리의 관리·감독 하에 이뤄진 번호이동 순증감과 판매장려금 허용 범위 결정은 정당한 법 집행과정"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2월 말 시작된 공정위의 현장 조사 후 방통위가 공정위와 대화에 나섰지만, 공정위 전원회의 회부는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내년 초에는 결론이 지어질 전망입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독불장군처럼 행세하는 공정위도 문제지만, 구심점 역할을 해 줄 방통위원장이 연이어 바뀌었고, 방송 정쟁에 휩싸이면서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 관계자는 "힘 있는 위원장이 방통위 입장을 적극 피력해 줄 것을 기대하기도 했지만, 방송 이슈에 밀렸다"고 토로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 현판. (사진=뉴스토마토)
 
방송 이슈에 뒤덮인 방통위…불능 상태 4월까지 갈 수도
 
방통위 규제 하에 있는 기업들의 불만도 쌓이고 있는데요. 문제는 방통위 불능 상태가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내년 4월까지 1인체제가 유지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위헌 결정, 탄핵 심판 등을 담당하는 헌번재판소의 재판관 지명을 놓고 여야 수싸움이 벌이고 있는데, 이진숙 위원장의 탄핵심판과도 맞물려 있는 까닭입니다. 
 
최근 헌법재판관 9인 가운데 국회 추천 몫인 3명이 퇴임했습니다. 여당은 여야 한 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한 명은 관례대로 합의해 추천하자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원내 1당이 3명 중 2명을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현재 남은 6명의 재판관 중 4명은 중도·진보 성향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야당이 국회 몫 3명 가운데 2명을 야당 몫으로 추천하는 경우 헌재 구성은 진보로 기울게 되고, 동시에 탄핵을 위한 의결 정족수인 6인도 채울 수 있게 됩니다. 반면 내년 4월 이후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 추천 2인의 임기 만료로 보수 성향 재판관이 앉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회 관계자는 "야당은 이진숙 위원장뿐 아니라 추진 중인 탄핵안에 힘을 싣기 위해 2명의 추천을 주장할 것이고, 헌법재판소 결정을 무를 수 없으니 여당은 기를 쓰고 막지 않겠냐"면서 "이진숙 위원장 거취 문제나 국회 추천 몫에 대해 대통령이 임명해야 하는 방통위원 역시 이 문제와 연관돼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방통위 설치 이래 가장 긴 불능 사태가 전망되면서 쓴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방통위 본연의 정신인 협의제를 당부하는 목소리와 함께 방송 정쟁으로부터 벗어나 국민과 기업이 먹고사는 정책의 근본을 시급히 다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 방통위 상임위원인 고삼석 동국대 석좌교수는 "방통위의 기본은 합의제 정신"이라며 "여야 행정부, 입법부가 타협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대통령은 국회와 대화를 하면서 타협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야당의 추천 몫을 임명하지 않으면서 현 사태가 커졌는데, 결자해지의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방통위 정책은 정치와 행정의 결합으로, 현재의 정치구조에서는 합리적 의사결정이 불가능해졌다고 봐야 한다"며 "공영방송을 독립된 규제기관에서 살피거나 국회도 공영방송 감독 업무 소위를 분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제언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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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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