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보일러 업계 선도기업인
경동나비엔(009450)과 귀뚜라미가 특허를 놓고 분쟁 중입니다. 일단 법원이 경동나비엔의 특허권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귀뚜라미는 특허 해당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경동나비엔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한 귀뚜라미 콘덴싱 보일러의 열교환기 특허권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이 지난 10월30일 일부 인용됐습니다. 경동나비엔의 손을 들어준 판결입니다. 이에 따라 이번 소송 비용도 귀뚜라미 측이 모두 부담하게 됐습니다.
또한 귀뚜라미는 경동나비엔이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특허가 사용된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2021년 8월에 출시된 '거꾸로 에코 콘덴싱 L11' 제품과 파생 제품이 그 대상입니다. 귀뚜라미 콘덴싱 보일러 제품군 10종 가운데 한 가지, 주력 모델 4개 중 한 가지이기도 합니다. 판결문이 송달되는 대로 귀뚜라미는 제품의 생산과 판매를 할 수 없게 되는데요. 귀뚜라미 측은 해당 제품에 대한 판매는 물론 전시, 제조를 이미 중단한 상태입니다.
귀뚜라미 '거꾸로 에코 콘덴싱 L11' 보일러. (사진=귀뚜라미)
앞서 경동나비엔은 지난해 12월 열교환기 유닛 등 4건에 대해 특허권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열교환기는 보일러의 핵심 부품인데요. 보일러에서 열을 흡수해 물을 데우는 데 쓰이는 부품입니다. 경동나비엔 측은 귀뚜라미의 세 모델이 자사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보고 가처분 신청을 한 것입니다.
관련 특허 4건은 ①열교환기 유닛(아래로 갈수록 계단식으로 단면적이 감소되는 열교환기 케이스 구조) ②열교환기 유닛(아래로 갈수록 단면적이 감소되는 열교환기 케이스 구조) ③열교환기 유닛(핀 간격이 상부보다 하부가 넓고, 하부 배관이 병렬 구조) ④연소실 및 이를 포함한 보일러(연소실 단열을 위한 공기층 배치 구조)입니다.
귀뚜라미 측은 경동나비엔의 특허 중 2개가 무효 판결이 났음에도 가처분이 일부 인용돼 의아하다는 반응입니다. 또 가처분은 통상 긴급성, 임시성, 잠정성 등을 특징으로 하고 있는데 이번에 가처분 대상이 된 제품은 이미 출시한 지 3년이 지난 제품으로 긴급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경동나비엔의 가처분 신청 이후 귀뚜라미는 올해 2월 특허심판원에 경동나비엔 열교환기 특허무효 심판을 제기했는데요. 경동나비엔의 특허는 출원하기 이전부터 활용하고 있는 기술이어서 신규성과 진보성이 결여됐다고 본 것입니다.
이에 특허심판원은 지난 9월 심결에서 ③번과 ④번 특허의 청구항 전체를 무효로 인정했습니다. ②번 특허의 경우 청구항 19개 중 18개를 무효로 봤습니다. 다만 ①번 특허는 무효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귀뚜라미는 심결 취소 소송을 청구한 상태입니다.
귀뚜라미 측은 "특허심판원에서 1건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특허가 무효로 인정받았고, 나머지 1건도 무효를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인데 가처분이 나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이어 "특허 침해가 확실하다면 본안 소송을 하면 되는데, 경동나비엔은 가처분 신청을 하고 10개월이 넘었는데도 본안 소송을 하지 않고 있다"며 "때문에 특허 침해는 다퉈 본 적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같은 입장에 대해 경동나비엔 측은 "특허심판원의 결정을 통해 특허 1개가 유효하다는 것을 인정받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가처분 신청에서도 특허가 침해받았다는 것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특허 침해 사실에 대해 다룬 것"이라며 "본안 소송도 진행해 피해를 따져 물을 것이다. 가처분 신청은 빠르게 판매를 막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반박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