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대혼란'…'국정 마비' 현실화

어수선한 관가…주요 일정 줄줄이 취소
"위험 국가 지정…피해는 자영업자·서민"

입력 : 2024-12-04 오후 4:14:22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반헌법적 비상계엄 선포로 공직사회도 '대혼란'에 빠졌습니다. 정국이 탄핵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국무위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하자 관가도 사실상 '비상대기'에 들어간 모습인데요. 윤석열정부 하반기 주요 성과와 향후 국정과제들을 준비해왔던 공무원들의 사기마저 떨어지면서 예산안 삭감으로 촉발됐던 '국정 마비'가 현실화됐습니다. 
 
"동요하지 마라"…관가 '일촉즉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튿날인 4일 관가는 어수선하면서도 쉬쉬하는 분위기입니다.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긴급 실·국장 회의와 간부회의를 잇따라 열고 향후 대처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특히 간밤에 벌어진 비상계엄 파동과 관련해 "내부적으로는 상황이 정상화된 만큼 직원들은 동요하지 말고 법령이 정한 바에 따라 책임과 의무를 다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공지가 나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잠시 제한이 있었던 정부세종청사 출입도 원상복귀됐습니다. 
 
전날 서울에 있다 급히 세종에 내려왔다는 한 공무원은 "분위기가 어떤지 말하는 것조차 어렵다"며 "뉴스만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자중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경제부처의 경우 군처럼 동요하거나 하는 정도의 특이 동향은 없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중앙부처 관계자는 "우리는 본연의 업무를 해야 하지 않겠나. 흔들림없이 업무를 추진하고자 한다"면서도 말을 아꼈습니다. 
 
새벽부터 각 기자단에 대응하던 부처별 대변인실은 변경된 일정을 안내하느라 혼란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이날 오전 국무위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부처별 주요 일정은 연달아 취소됐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예정된 겨울철 전력수급 전망 및 대책 관련 백브리핑을 비롯해 산업부·국방부 협약식 등 주요 일정을 취소했습니다. 다음주로 예정된 산업부 장관과 기자단과의 간담회도 잠정 연기됐습니다. 
 
국토교통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도시주택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와 개최할 예정이던 '공공주택 공급 실적 및 공급계획 점검회의'를 취소했습니다. 이날 문화체육관광부·산업부와 합동 방문할 예정이었던 인천남동국가산업단지 현장 일정도 취소했는데요. 
 
다만 임금인상과 임금체불 해결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한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전국 5곳에서 출정식을 열고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는 만큼 '철도 파업'에 대비한 수송대책은 차질없이 논의합니다. 국토부는 "국민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도로, 철도, 항공 등 교통과 건설현장을 정상 가동한다"고 밝혔습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 장관들과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 합동브리핑을 마친 뒤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사전회의 참석 장관 누구?정책 '올스톱' 
 
전날 '비상계엄 해프닝'으로 인해 각 부처는 본연의 업무보다 상황 파악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특히 기자들의 질문은 국무위원들의 전날 비상계엄의 심의를 위한 사전 국무회의 참석여부로 쏠렸습니다. 이번 계엄령 선포가 내란 혐의에 해당할 경우, 장관들의 회의 참석이 공범으로 인한 수사·기소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들은 각 부처 장관이 전날 사전 국무회의에 참석했는지, 계엄선포 직후 대응은 무엇이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물었습니다. 
 
각 부처별 대변인실은 불참이 확실할 경우 곧바로 입장을 내놨지만, 초반에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기자들의 항의와 국무위원 전원 사의 표명 이후 사실관계에 대한 공지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대응에 가장 소극적이었던 곳은 보건복지부입니다. 계엄 포고령에 전공의 관련 내용이 들어간 영향도 있는데요. 계엄사령부는 제1호 포고령에서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고 했습니다. 의료개혁이 윤석열정부의 핵심 추진정책인 데다 1년 가까이 지속된 의·정갈등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야기한 책임자로 복지부 장관이 거론돼 온 만큼 장관의 참석여부 확인에 대한 요구가 컸습니다. 무엇보다 기획재정부 출신인 조규홍 장관은 연말 인적 쇄신을 앞두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에 이어 일각에서 국무총리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복지부는 이날 오전 "취약계층 보호와 필수의료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 상황이 정상화된 만큼 직원분들은 동요하지 말고 법령이 정한 바에 따라 책임과 의무를 다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는데요. "장관이 어젯밤 계엄선포 전 국무회의에 출석했는지, 출석했다면 계엄선포에 동의했는지 여부를 묻는 출입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해야 하는 것은 행정부처의 의무"라는 항의가 잇따르자 "복지부 장관은 3일 사전회의에는 참석했고 4일 사후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음을 알려드린다"고 공지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계엄포고령이 복귀하려던 전공의들의 발길마저 돌려세웠다는 평가마저 나오면서 전공의들의 의료현장 복귀는 더욱 요원해질 전망입니다. 윤 대통령이 '악수'를 두면서 개혁은커녕 정부 정책이 당분간 올스톱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박근혜정부 탄핵 국면과 비슷한데 그래도 당시에는 예산안까지는 통과가 된 후 진행됐지만 지금은 더 안 좋은 상황"이라며 "국무위원 사의에 비상계엄령 선포로 우리나라가 ‘여행 위험 국가’로 지정되는 등 사실상 국정 마비 상태에서 피해는 자영업자와 서민들이 입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추가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해제를 발표한 가운데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역 입구에서 한 시민이 호외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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