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신임 원내대표 선출을 앞둔 국민의힘이 깊은 수렁에 빠지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중진 그룹이 10일 차기 원내대표로 원조 친윤(친윤석열)인 권성동(5선·강원 강릉) 의원을 추대하자, 한동훈 대표가 절차적 문제를 이유로 '제동'을 걸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내란부역 위헌정당 논란에 휩싸인 국민의힘이 또 다른 악재에 휩싸인 셈입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로 출근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국민의힘은 이날 중진 그룹이 추대한 권 의원과 김태호(4선·경남 양산) 의원이 원내대표 선거 후보자로 등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국민의힘 차기 원내사령탑 경선은 2파전으로 치러질 전망인데요. 당이 절체절명 위기에 빠진 만큼,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전인 오는 12일 경선을 실시합니다.
중진 그룹 지지를 받은 권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중진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다수 의원이 어려운 상황에 원내대표 경험이 있는 제가 원내대표가 돼서 어려운 당 상황을 잘 조정하고 의원들의 심부름꾼이 되라는 말씀을 주셨다"고 했습니다. 앞서 권 의원은 2022년 4∼9월까지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지낸 바 있습니다. 중진 회의를 마친 나경원 의원도 "굉장히 위중한 상황이라 (원내대표 경험이 있는) 사람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한 대표가 제동을 걸었습니다. 그는 "중진회의가 (원내대표를)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권 의원 추대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친한계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도 "(권 의원 추대는) 중진 선배님들의 의견"이라며 "우리가 중진의힘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친윤계는 여당 주도하에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 절차를 밟고,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정 사안을 협의하기로 한 만큼 여러 경험을 가진 인물이 원내대표를 맡아야 하기 때문에 권 의원이 적합하다고 주장합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친윤계를 앞세워 한 대표를 끌어내리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반면 친한계는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로 당이 위기를 맞은 만큼, 친윤계가 원내를 이끌면 역풍이 불 수 있다며 '비토' 나섰습니다. 이에 따라 친한계의 '김태호 지원' 여부가 국민의힘 차기 원내대표 경선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당의 운명도 함께 걸린 탄핵정국임에도 불구하고 수습책보다는 여전히 계파 싸움만 벌인다는 지적이 잇따릅니다. 이에 따라 차기 원내대표에 누가 오르든 탄핵 정국을 돌파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월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국회(정기회) 제4차 본회의 대정부질문(정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