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매년 8200만명의 승객과 46만건의 항공편을 처리하는 영국 런던 히스로공항이 인공지능(AI)을 통해 승객 흐름 예측의 오차범위를 기존 30%에서 10%로 낮추는 등 공항 운영 효율화에 나섰습니다. 이로써 히스로공항의 여객수용용량은 2022년 6200만명에서 2023년 7900만명, 올해 8300만명(예측)으로 높아졌는데요. 올해 수치(예측)는 인천국제공항이 4단계로 확장되기 이전 최대 여객수용용량인 7700만명보다 10% 더 많은 수준입니다.
히스로공항이 AI를 도입한 건 코로나 팬데믹 3년 동안 억눌렸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이른바 '보복 여행', 그리고 코로나 기간 해고된 인력을 적기에 채용하지 못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국제공항협회(ACI·Airports Council International)는 2024년 전 세계 여객수가 95억명으로 2019년 대비 104% 수준에 이르고 2023년 대비로는 10%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히스로공항은 지난 9월 데이터 및 AI 전문기업 ‘데이터브릭스’의 ‘데이터 인텔리전스 AI플랫폼’을 도입했습니다. 공항이 매년 처리하는 데이터양은 26테라바이트(TB)입니다. 처리 데이터는 승객수, 항공편, 기상 상황 등 매일 항공편이 정상 운영할 수 있도록 판단하는 기준이 됩니다.
히스로공항은 그동안 두 사람이 2주에 걸쳐 예측했던 승객 흐름을 데이터브릭스의 AI 플랫폼을 통해 한 사람이 4시간으로 단축시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승객 예측 흐름의 오차 범위도 기존 30%에서 10%로 줄었습니다.
에두아르도 텍시에라 가르도(Eduardo Teixeira Garrido) 히스로공항 전술 예측 관리자는 “데이터브릭스를 통해 미래 승객수를 파악하고 이에 따라 계획을 세울 수 있어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인 운영과 향상된 고객 만족도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데이터브릭스에 밝혔습니다.
히스로공항에서 대기 중인 승객들. (사진=로이터/연합)
AI 속속 도입하는 해외 공항…국내는 아직 걸음마
캐나다 이용객 수 최다 공항인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도 AI 도입으로 세관 대기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공항 운영 효율화에 나섰는데요.
이 공항은 지난해 6월 기존 보안 카메라에 익명화된 영상 기술을 입힌 ‘AI 플랫폼’을 적용해 세관 대기 시간을 기존 30분에서 6분 미만으로 대폭 줄였습니다. 해당 기술 공급업체는 젠서스(Zensors)인데요. 젠서스의 AI 플랫폼이 익명화된 영상을 사용해 세관 심사를 받아야 하는 대기줄에 몇 명의 여행객이 있는지를 계산해서 직원에게 실시간으로 알림을 보냅니다.
그러면 작업자가 대기줄을 분산시켜 작업 속도를 높임으로써 대기 시간을 줄입니다. 젠서는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메트로폴리스 비전 AI 파트너 생태계 일원입니다. ‘엔비디아 메트로폴리스’는 산업 전반에서 운영 효율성과 안전성 개선을 위해 시각 데이터와 AI를 결합하는 파트너사들로 구성된 일종의 모임을 말합니다.
국내 공항에서 AI 도입은 보안 분야에서 쓰이는 AI X레이 자동 판독 시스템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27일부터 28일까지 역대급 폭설로 국내 공항이 마비에 이르자 하늘길을 관장하는 관제사들은 이럴 때 인공지능 도입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국내 공항 한 관제사는 “지난달 폭설로 공항 관제는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였다”면서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기상 악화까지 더해지면서 AI라도 도입이 되면 실시간 들어오는 공역 관제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인천국제공항과 세계 공항 톱3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동남아 최대 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도 기내 수화물에서 AI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싱가포르 IT 지원센터가 제작한 보고서에 따르면 ‘AI 기반 보안시스템’ 도입으로 통관 속도는 최대 50% 향상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기내 수화물을 확인할 때 사용되는 X레이 기계에서 AI를 활용하는 것인데요.
자동 반입금지 품목 탐지시스템으로 불리는 ‘AI 기반 보안시스템’은 라이터, 살충제, 각종 무기류 등 기내 반입이 불가한 품목을 탐지합니다. 그러면 보안 담당자가 시스템에 표시된 수화물만 직접 확인하면 되기 때문에 불필요한 검사 시간을 줄일 수 있어 결론적으로 보안 검색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됩니다.
AI와 인간의 작업 능력을 결합해 자동화 수준을 갖춘 것인데요. 창이공항그룹(CAG)은 기내 수화물 보안 검색 작업이 공항에서 가장 인력이 집약적인 분야로 보고, AI 기반 보안시스템 도입을 통해 통관 속도가 최대 50% 향상될 것으로 봤습니다.
나인기 한국항공대학교 국제교류학부 교수는 “지금 당장은 많은 공항들이 생성형 AI 활용처를 찾지 못하는 흐름이 우세하지만, 향후에는 사람이 도출한 데이터 대비 AI가 더 정확하고 시간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분야가 나오면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공항에도 AI 도입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