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첫눈이 폭설 수준에 이른 지난달 27일. 인천국제공항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습니다. 항공기 150편이 결항됐고, 이미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들도 꼼짝없이 기내에 갇힌 채 기약 없이 이륙을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항공기 날개에 쌓인 눈과 얼음을 제거하는 '디 아이싱(De-Icing)' 작업이 끝나야 비행이 가능하기 때문인데요. 특히 '디 아이싱' 용액 부족은 이번 인천공항 마비 사태를 초래한 주된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나인기(사진) 한국항공대 국제교류학부 교수는 “그날을 AI가 도입된 상황에 대입한다면, 사전에 AI가 디아이싱 용액 얼마, 제설 차량 몇 대 더 확보, 인천공항 최종 목적지인 항공기 항로 변경 등을 계획해 정상 운영될 가능성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나 교수는 “보안과 안전이 최우선인 공항에 AI를 도입하려면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AI 공항'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는데요. “AI 도입을 통해 공항 마비 사태를 예방하고 비용 절감도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AI가 뒤바꿔놓을 우리나라 공항의 미래 모습, 그리고 AI 도입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에 대해 나 교수로부터 들어봤습니다.
다음은 나인기 교수와의 일문일답입니다.
인공지능(AI) 도입으로 공항의 모습이 어디까지 바뀔 수 있다고 보시는지?
이러한 변화는 공항 운영과 여행 경험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공항 운영 측면에서는 더 통합적이고 유기적인 운영 체계를 기대할 수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공항과 공항에 상주하는 기관들이 AI 도입으로 마치 한 사람의 신경망처럼 즉각적이고 최적화된 대응이 가능해지는 것도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눈이 많이 내린 지난달을 AI가 도입된 상황에 대입하면 AI가 사전에 제설 작업에 필요한 차량 몇 대, 디 아이싱 용액 필요 용량, 어프로치(목적지) 변경 등을 시나리오로 세울 수 있습니다. 그러면 폭설이 내렸어도 이미 시나리오를 습득해 준비가 된 공항 관계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마비가 오지 않도록 사전에 차단할 수 있겠죠. 다시 말해 AI를 활용하면 인적 오류를 사전에 방지해 ‘마비’와 같은 영향을 최소화하는 점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여행 경험 측면에서 본다면, AI가 관련 정보제공 및 온라인 예약 등 개인 여행 도우미의 역할을 하게 되어 승객들은 마치 자가용으로 국내 여행하는 것처럼 해외여행도 편리하고 안전하게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IT 기업들은 생성형 AI를 실제 사업에 도입하며 수익 창출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이와 비교할 때 공항의 경우 AI 도입이 늦어지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공항은 국가 기반 시설인 만큼 실험적 기술도입 이전에 광범위한 테스트와 철저한 검증이 필수입니다. 또 같은 공간에서 자원을 공유하고 지속적으로 협업하는 항공사, 정부 기관, 상업시설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도입 환경 여부와 합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AI가 명확한 효율성과 신뢰성을 입증하는 시점에서는 공항 산업에서도 자연스럽게 AI 도입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AI 도입을 위해 공항이 선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요?
공항에서 AI를 도입하는 과정은 여러 과제와 도전에 직면합니다.
법적·고용 문제, AI에 대한 신뢰도, 지속적인 정책 지원 등이 대표적입니다. 법적인 관점에서 AI 기술의 도입은 다양한 법적 규제와 맞물려 있습니다. 특히 공항에서는 민감정보로 분류되는 승객의 생체 정보 등과 같은 데이터를 처리하므로 개인정보 보호법 등 관련 법규를 엄격히 준수해야 합니다.
또 AI의 도입이 가져오게 될 업무의 자동화는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동시에 기존 인력의 일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로 인해 직원들의 일자리 불안이 증가하고, 사회문제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AI 도입으로 인한 고용 변화에 대비한 정책적 대응과 직원들의 재교육과 직무 전환을 지원하는 단계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아울러 AI 시스템의 정확성과 신뢰성에 대해 모든 사람이 동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보안 검색이나 승객 안내 등 민감한 업무에서 AI의 판단이 신뢰받지 못하면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성능 개선은 지속되어야 합니다.
공항에서 AI 도입이 가능한 영역은 어디까지라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보안 검색대와 출발장에서의 병목현상을 줄이고 승객 흐름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디지털 트윈을 접목한 AI 시뮬레이션을 통해 정상 및 비정상 상황에서의 터미널 내 여객과 수하물의 흐름에 대한 전략적 의사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봅니다.
안전 및 보안 분야에서도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하며 AI와 머신러닝을 X-ray 검색 장비에 도입을 통해 정확성과 신뢰성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지능형 로봇을 활용하여 여행객들에게 중요 정보를 제공하고 비상 상황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전반적인 공항 운영 관리 측면에서 AI는 운영 효율성 향상, 안전성 강화, 비용 절감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을 겁니다.
향후 공항 관제에 AI를 도입한다면 정부와 공사 중 누가 주도해 개발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 보시는지요?
공항의 항공교통이 여러 이해관계자가 협업해야 하는 과제인 만큼 통합적인 접근과 참여가 필요합니다. 정부가 주도하면 항공 분야의 전반적인 균형에 중점을 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면, 관제 서비스를 담당하는 기관이 추진하면 분야별로는 불균형이 있을 수 있으나, 사용자 관점에서 더 밀접하게 혁신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 단기적으로는 공항이 주도하고, 장기적인 로드맵은 정부가 추진하되 일관된 정책과 계획을 수립하여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