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4년만의 백악관 재입성을 앞두고 주변국들을 거론하기 시작했습니다. 파나마와 그린란드, 캐나다 등 범위도 넓습니다. 문제는 이 땅들을 미국에 편입해야 한다는 등 발언의 수위가 이전과는 궤를 달리 한다는 것입니다. 터무니없는 억지 주장이지만 차기 미국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말인지라 무게감이 남다릅니다. 그렇다면 트럼프 당선인은 왜 이들 영토에 눈독을 들일까요? 토마토Pick이 주변국과 미국의 관계, 그리고 트럼프에 대해 조명했습니다.
그린란드 탐내는 트럼프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국가 안보와 전 세계의 자유를 위해 그린란드 소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린란드는 약 210만㎢, 우리나라 20배 이상의 크기로 약 5만여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덴마크 식민지였다가 1979년 자치권을 획득했습니다. 미국은 1800년대부터 이 땅을 원했는데요. 앤드루 존슨 미국 17대 대통령(1865~1869)이 그린란드를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린란드의 무트 에게데 총리는 최근 트럼프를 겨냥해 “그린란드는 우리 땅이다. 우리는 여러 해 동안 자유를 위해 싸워온 나라를 이제 와서 잃을 수는 없다”고 강하게 거부했습니다. 트럼프는 지난 1기 시절인 지난 2019년에도 그린란드를 탐낸 바 있는데요. 당시 트럼프는 난색을 표하는 덴마크에 국빈 방문을 취소하는 등 ‘꼬장’을 부리기도 했습니다.
‘캐나다, 파나마도’
트럼프 당선인이 원하는 땅은 그린란드만이 아닙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자신의 집까지 방문하자 미국의 51번째 주라며 조롱하기도 했고, 파나마 운하의 영유권을 미국이 가져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캐나다 :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자신의 SNS에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 트뤼도 총리는 주지사라고 써 논란이 됐습니다. 그럼에도 재차 “캐나다가 우리의 51번째 주가 된다면 세금은 60% 이상 감면되고, 기업들은 규모가 즉시 두 배가 될 것이며, 세계 어느 나라보다 군사적으로 보호를 받을 것”이라는 등 도를 넘는 조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파나마 :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파나마 정부가 미국에 통행료 바가지를 씌운다며 운하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자신의 SNS에 “미국운하(United States Canal)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며 운하 사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단 1㎡도 양보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죠.
이민자 유입 차단이 목적?
트럼프의 이런 발언에 대해 당사국은 물론 공화당 내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 매체 더힐에 따르면 미 하원 외교위원장인 마이클 맥콜 의원은 그린란드가 “판매용이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으며, 파나마 운하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어떻게 살 수 있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사실 앤드루 존슨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사겠다고 했던 1800년대만 해도 국토를 사고 파는 게 마냥 허황된 소리는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미국은 1803년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 지역을, 1867년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산 바 있으니까요. 하지만 현대에는 영토를 통째로 주고받기보다 조정 및 협력을 하는 게 트랜드인데요. 트럼프의 행보는 이와 정반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왜 이 땅들을 원하는 걸까요?
-그린란드 : 트럼프는 2019년부터 그린란드의 광물자원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린란드에는 전기차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 50종 중 43종 이상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중국과의 무역분쟁이 예고된 가운데 희토류는 중국이 미국에 우세한 품목 중 하나입니다.
-캐나다 : 캐나다의 경우 트럼프의 주요 공약인 마약·이민자 유입의 차단이 목적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는 두 문제를 해소하기 전까지 모든 캐나다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는데요. ‘51번째 주’ 발언도 관세 부과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으로 보입니다.
-파나마 : 파나마 역시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건너는 주요 경유지로, 운하 요구가 결국 파나마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습니다. 또 최근 중국 기반의 기업이 파나마 운하 양쪽 끝을 통제하고 있어 이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으로 해석됩니다.
허풍과 위협…‘예측불허’
다만, 트럼프가 이렇게 무차별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발언을 멈추지 않는 이유를 정확하게 아는 이는 없습니다. 트럼프의 위협적인 발언이 워낙 비현실적이다 보니 다른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고 유추할 뿐인 것이죠. 실제로 트럼프는 정치에 뛰어든 이후 특유의 허풍과 위협을 가장 강력한 무기로 써왔습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정말 파나마 운하와 캐나다, 그린란드 같은 ‘진짜’ 영토를 원하는 게 아닌가 하는 해석을 하기도 합니다. 외교와 정치를 바라보는 부동산 재벌 출신 당선인의 시각은 늘 일반적인 정치인들과 달랐고, 이번에도 그럴 수 있다고 보는 것이죠. 트럼프는 4년 전에도 미국이 오랫동안 지킨 가치나 동맹, 외교관계를 개의치 않았습니다. 오직 득실만 따져왔죠. 말대로 되면 좋고, 되지 않더라도 최대한의 이익을 뽑아내면 그만인 셈입니다.
트럼프는 취임 이후에도 이런 ‘허풍과 위협’의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런 행보는 영토만으로 국한되지 않을 테죠. 오랜 우방인 우리나라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천문학적인 방위비를 요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트럼프의 현실적 위협'이 당장 2주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전혀 대비를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처지가 참으로 안타까운 요즘입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